The Words Obama Left Out Until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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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16일 백악관 정상회담은 당초 계획과는 판이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원래는 통역 두 명만 배석하는 15분간의 단독회담, 그 이후에 각료와 수석들까지 참여하는 확대회담이 35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정상의 대화가 길어져 결국 50분 내내 단독회담만 진행됐다.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만남인 두 정상에겐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과거 보수정당 출신 한국 대통령과 민주당 출신 미국 대통령, 반대로 진보정당 출신 한국 대통령과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의 회담 때마다 표출됐던 이견도 이번엔 드러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표현을 자주 썼을 만큼 회담 분위기도 좋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두 정상은 50분 회담 중 상당 부분을 북한을 대화의 틀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할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에게 잘 개방하지 않던 백악관 로즈가든을 공동기자회견 장소로 제공했다. 그 정원에서 두 정상은 “북한이 도발하고 시간 끌고 또 보상받는 과거의 패턴을 깨겠다”는 강력한 북핵 불용의 메시지를 한목소리로 던졌다.

이렇듯 두 정상은 발등의 불인 북한 핵문제에 대해 강력한 공조를 다짐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거둔 정상회담의 성과다. 하지만 전임자 부시 대통령보다 더 이성적이며 냉철하다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다른 분야에서 거둔 소득은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다. 특히 한·미 FTA가 만만치 않았다.

당초 우리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한·미 FTA 인준을 위한 의회 설득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수준의 공개 다짐을 이끌어내려 총력전을 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끝내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야심작으로 다듬었던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뺀 5자회담 구상’도 공동회견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지금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강조해야 하는 국면이란 게 미국 측의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장밋빛 기대감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설득이 중요하다는 ‘대(對)오바마 외교’의 교훈을 얻은 것은 북핵공조 다짐만큼이나 중요한 이번 회담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서승욱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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