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Years Since Lehman’s Bankruptcy … and U.S. Economy Still Drag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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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은행 거래를 하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뉴저지 주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새뮤얼 씨는 요즘 안색이 좋지 않다. 언론에서 연일 터지는 BoA의 구조조정 소식에 과거 직장을 잃고 실업자로 몇 개월을 보냈던 아픔이 떠올라서다. 그는 “한 번 경험한 바가 있어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른다 해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BoA의 혹독한 제 살 깎기가 과거 잘못된 금융 관행의 소산임을 스스럼없이 인정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광풍이 불었다. 무조건 판매를 늘리는 데 급급했다. 모든 금융회사가 그랬다. 나도 물론 거기서 자유롭지는 않다.”

14일로 리먼 사태 3년이 지났지만 미 은행권은 여전히 후유증에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시 금융회사들이 모기지 증권 판매를 하면서 부실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책임을 금융당국과 검찰 등이 지금까지도 각종 소송을 통해 묻고 있다. 같은 건으로 투자자, 검찰, 금융당국 등이 돌아가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마치 죽은 후에 생전의 죄가 드러나면, 무덤을 파헤쳐 다시 형벌을 가하는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보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회복하는 듯했던 미 금융 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의 최대 은행인 BoA도 경영 손실보다 거액의 소송 보상금이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6월 부실 모기지 증권 판매에 대한 보상금 120억 달러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면서 ‘리먼의 망령’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BoA는 이것이 오산이었음을 곧 깨달았다. AIG가 100억 달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미 연방주택공사도 이달 거액의 소송을 걸었다. 이 은행은 워런 버핏에게서 50억 달러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고 자산을 내다팔고 직원을 대량 감원하고 있지만 언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른 대형 금융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이라며 소송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불러온 부실 모기지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묻다가 자칫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기관에 대한 줄소송 사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금융기관 규제법안인 ‘도드 프랭크법’에 서명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형 금융회사가 잘못을 저질러도 단지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대강 넘어가곤 했던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깨뜨리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당시엔 예견하지 못했던 미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이 고개를 들면서 오바마 정부는 이제 금융개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검찰 등에 은밀하게 소송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무대를 주름잡았던 미국 금융산업 이면에는 선진금융기법으로 포장된 월가의 탐욕이 있었음을 우리는 리먼 사태를 통해 깨달았다. 미국은 그 이후 각종 금융개혁을 통해 과거 명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 앞에 금융시스템의 건전화와 경제부진 탈출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금융회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힘들다. 18일 토마토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은 ‘한국판 리먼 사태’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금융회사의 모럴 헤저드를 막지 못한 감독 당국의 무책임이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태가 한국에선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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