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ero or a War Criminal’ — Kissinger, Face of Janus Resurfa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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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는 우리 평생 가장 위대한 정치 원로들 중 한 사람”(존 매케인) vs “키신저는 처벌받아야 할 1급 전범”(코드핑크 활동가들).

올해 91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어깨에 부목을 댄 채 힘겹게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양극단의 평가를 들어야 했다. 청문회를 주재한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이 여성 반전단체 코드핑크 활동가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부른 것이 더 회자되기는 했지만 키신저의 공과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코드핑크 설립자인 메디아 벤저민은 청문회 직후 성명을 내고 “키신저는 수백만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그는 살인자, 거짓말쟁이, 사기꾼, 폭력배로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서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벤저민은 인터넷매체 ‘올터넷’에 올린 글에서 “매케인 상원의원이 키신저에 대한 신체적 위협을 정말로 걱정했다면 칠레의 싱어송라이터 빅토르 하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라는 1973년 9월11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한 뒤 칠레국립경기장에 갇혀 고문당한 5000여명 중 한 명이다. 당시 고문으로 하라의 손톱이 뽑혔고, 군인들은 그런 하라에게 기타를 연주하라고 명령했다. 하라는 나중에 길거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벤저민은 “많은 미국 관리들이 수천명의 칠레인들이 고문, 학살당하고 있다며 우려했지만 그때 키신저 국무장관은 피노체트에게 뭐라고 했나. ‘당신이 아옌데를 무너뜨림으로써 서방을 위해 정말 큰 봉사를 했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2011년 월가점령 시위를 선도한 단체 ‘US언컷’의 칼 깁슨은 인터넷매체 네이션오브체인지에 쓴 글에서 키신저가 1969년과 1970년 라오스, 캄보디아에 비밀 폭격을 승인해 베트남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인 등 4만명을 숨지게 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이 폭격은 잔인한 크메르루주가 캄보디아를 장악하도록 했고, 그 뒤에 B52 전략폭격기를 투입함으로써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가져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키신저는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주권국가를 불법 폭격해 그 정부를 무너뜨렸으며, 폭력적인 독재정권이 권력을 잡도록 허용했다. 이것이 중죄가 아니라면 무엇을 그렇게 불러야 하는가”라고 했다. 1975년 12월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독립을 주장하던 동티모르를 침공하도록 승인한 것도 키신저였다.

키신저는 1969~1977년 닉슨, 포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현실주의적 외교전략가이자 미국 외교의 산증인이다. 그는 스스로 ‘미국 국익’에 따라 모든 것을 판단했다고 밝혀왔다. 미·소 데탕트도, 중국과의 비밀 수교협상도 국익을 위해서였고 칠레의 독재자를 지원하고, 캄보디아를 비밀 공습하고,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을 승인한 것도 국익을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미국 외교의 두 얼굴을 상징한다.

키신저를 전범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영국 저술가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2001년 <키신저 재판>이라는 책을 통해 키신저의 어두운 얼굴을 담아낸 바 있다. 코드핑크는 미국이 지금도 이라크, 시리아에서 테러리즘 소탕을 이유로 공습을 진행 중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적 개입을 비판해왔다. 이날 청문회에서 키신저는 테러리즘, 중국의 부상, 이란 핵위협 등 가장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면서도 냉전 당시 소련과의 핵 경쟁 때가 가장 위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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