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llenges and Tasks Ahead of US Democratic Candidate Hillary Cli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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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 민주당 대선후보 클린턴이 직면한 도전과제들

힐러리 클린턴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본선 승부에 돌입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그를 선택하건 하지 않건 그는 이미 미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어머니의 딸로, 딸의 어머니로 이 자리에 서 있는 날이 와서 아주 기쁘다”고 말했듯이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올라선 것 자체가 유리천장을 부순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다.

올해 민주·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지배했던 정서는 기득권 정치 타파에 대한 미국인들의 강렬한 요구였다.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으로 승승장구해 온 클린턴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변화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기득권 정치인이다. 기성 정치를 상징하는 클린턴은 먼저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채 당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진보적 정책을 대거 흡수해 정강을 만들었다.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월가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클린턴이 “샌더스의 대의가 곧 우리의 대의”라고 말한 것은 경쟁자를 포용하는 정치인의 미덕을 보여준 것이나 ‘클린턴의 길’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공적 업무에 개인 e메일을 사용하고 월가로부터 거액의 연설비를 받는 등 클린턴은 각종 스캔들과 부패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샌더스의 힘을 빌려 민주당 지지기반인 블루칼라 노동계층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클린턴은 또 후보 수락연설에서 트럼프 공격에 집중했다. 트럼프 역시 클린턴 공격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으나 상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횟수는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2배나 많았다.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클린턴 역시 비호감도가 높다.

클린턴은 대외적으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선을 충실하게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기존 동맹 질서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와 달리 안정감을 주지만 대신 오바마와의 차별화는 어려울 것 같다. 지한파로 통하는 클린턴은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물론 아·태지역에 대한 안보구상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클린턴은 집권 시 테러 등 산적한 지구적 현안을 주도적으로 풀기 위해 오바마와 다른 창의적 접근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계속 대북강경론을 고수한다면 북핵 해법도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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