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ason of Hardships for Pomp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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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간선거에서 2020년 재선 교두보는 확보했다. 경합주에서 공화당 주지사직을 상당수 지켰고 상원 의석까지 늘렸다. 대통령은 주 단위 선거인단 투표로 뽑기 때문에 하원을 잃었어도 크게 아쉬울 게 없다는 소리다.

2024년 트럼프 이후를 바라보던 폼페이오는 얘기가 다르다. 지역 기반인 캔자스 주지사를 8년 만에 민주당에 잃었다. 정치적 터전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당장 내년 1월 3일 민주당 하원 개원은 눈앞에 떨어진 불똥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일 때도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트럼프와 달리 국무장관직 성공에 필수적인 든든한 의회 보호막이 사라졌다.

민주당은 폼페이오가 취임 직후 지난 5월 하원에 출석한 뒤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데 괘씸죄를 물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엘리엇 엥겔 민주당 하원 외교위원장 내정자는 CNN 방송에 “그는 하원에는 나타난 적이 없다”며 “하원에 대한 일종의 모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폼페이오는 하원의원 시절 민주당 의원들과 구원(舊怨)이 있다. 2012년 미국 대사를 포함해 4명이 숨진 리비아 벵가지 총영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의회 특별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당시 힐러리 국무장관의 책임을 묻는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엥겔은 “우리가 당시 대접받은 대로 똑같이 한다면 그는 길길이 고함치며 날뛸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폼페이오를 하원으로 불러 꼭 따져 묻겠다는 버킷 리스트 안에 북핵 협상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무엇을 양보하고, 약속했는지 보고를 받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일 때 의회의 정보공유 요구를 무시했다면서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협상을 계속 미루는 상황에서 의회 압박이 거세지는 건 폼페이오로선 그만큼 협상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폼페이오의 “제재 유지” 발언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전례 없는 압박”을 외치는 건 중간선거 이후 의회 권력 변화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 하원이 대통령 일가의 러시아 의혹과 재임 중 사업 특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개시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점점 좁고 구불구불한 길로 들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말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민주당 하원이 개원하기 전에 폼페이오는 물론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남북 정상 합의를 연내 이행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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