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mp Says US Will Continue To Enjoy Advantage of Being World’s Policeman Without Bearing Bu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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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가’ 지위는 누리되 부담은 안 지겠다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미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모든 짐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더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엄청난 군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 싸워주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은 요컨대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 셈이다. 트럼프가 ‘세계의 경찰’ 역할에 회의론을 펼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시리아 미군철수 계획이 발표되는 등 ‘실행’이 뒷받침하고 있어 예사로이 넘기기 어렵다.

트럼프가 사흘 연속 동맹국의 방위비 추가부담을 거론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는 올해 10차에 걸쳐 방위비 협상을 벌였으나 최근 미국 수뇌부의 대폭 증액 요구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규모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은 것이라는 해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소 50%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3년치 인상분보다도 많은 액수인 데다 미국이 한국의 분담금을 채 쓰지도 못해 해마다 이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다. 더구나 올 들어 북한의 군사도발 감소로 주한미군의 긴급상황을 상정한 군사운용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비용 감소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만을 위한 군사력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안정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수혜자인 양하는 트럼프의 화법은 ‘경찰국가’ 지위는 누리되 부담은 지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겠지만,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까지 굴복할 이유는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주한미군의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에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대비해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신축적이고 유연한 논의도 허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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