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Hurries to Deal With the Aftermath of Sherman Remarks, Yet the Revelation of the US’s True Intent Cannot Be Covere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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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정책은 바뀐 것이 없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과거사 갈등은 3국의 공동책임”이라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 사실상 미 행정부의 본심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셔먼 차관은 장관, 부장관에 이어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부 서열 3위의 고위관리인데도 불구하고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라는 공식석상에서 민감한 동북아 과거사에 대해 연설하기에 앞서 미 행정부 내 핵심라인과 교감이 없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먼저 셔먼 차관의 발언 파문이 한국과 중국에서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미 국무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마리 하퍼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며 어떤 개인이나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나는 솔직히 일부가 이번 연설을 특정한 지도자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 약간 놀랍다”며 한중 언론이 과도한 해석을 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동북아에서)민족적 감정이 이용될 수 있으며 어떤 정치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도발은 진전(progress)이 아닌 마비(paralysis)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셔먼 차관의 발언을 염두에 둔 해명이다.

하프 부대변인은 한중일 과거사 문제가 공동의 책임이라는 셔먼 차관의 양비론 발언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하프 부대변인의 해명마저 논란이 되자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외신기자클럽에 보낸 언론논평을 통해 “미국의 정책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해명하는 한편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여성 인신매매에 대해 “끔찍하고 극악한 인권위반이다”고 비판했다.

결코 과거사를 묻어두려는 취지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미국의 본심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SBS라디오에 출연, “(셔먼의 발언은) 일본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협상을 앞두고 일본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편들기를 한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중국이 동북아와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전을 하고 있는데 중•한은 일본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니 (전략에)차질이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셔먼 차관이 작정하고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해 ‘대외 정치적인 지지를 받으려고 하지말라’는 식으로 치고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일의 반중 전선을 확실하게 구축하자는 계산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며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외교”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 관리들이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 한쪽에선 “한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가 다른 한쪽에선 “아무 것도 결정된 것도, 활성화된 토론도 없다”며 ‘치고 빠지기식’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을 우려한다.

외교가에서는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을 상대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직접 전하기 보다는 대중연설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밝히는 것도 ‘고전적 방식’이라고 말한다

미 행정부 관리가 한국측에 직접 정책 변화를 언급하기 보다는 미국내 싱크탱크(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에서의 연설을 통해 속내를 흘렸다고 보는 시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행정부로서는 현재 공식적으로 얘기를 못하니 옆으로 흘려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 관료라면 이 정도 파장이 있는 얘기는 공식석상에서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차관이 그 정도의 얘기를 했다는 것은 이미 미 행정부 내 정책사이드에서 이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그동안 일본의 과거 역사적 만행에 대해 우려하고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일본이 미국에 가져다주는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은 현재 한일간 과거사 갈등이 결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뭔가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같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어떻게 되돌리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듯하다. 한일간 과거사 해결이 동북아 평화의 진정한 초석이 된다는 점을 미 조야에 인식시키는데 진력하는 정공법이 우선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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