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용·절차 모두 문제 많은 ‘사드 배치’ 협의
우리나라 땅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하는 문제가 동북아 전체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미국과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는 배치 거부 뜻을 분명히 하고 관련 협의를 중단하기 바란다.
사드는 미국 엠디(미사일방어 체계)의 구성요소로, 독립된 무기 체계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동부지역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의 군사패권을 강화하려는 핵심 무기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마치 사드가 북한 미사일만을 겨냥한 것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사드의 기능을 대북용으로 제한하면 별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전략을 포함해 우리나라와 미국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는 이미 한·미의 7일 ‘사드 배치 협의’ 발표 직후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사드 협의가 진전되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표현되는 한-중 관계는 흔들리기 쉽다. 사드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만드는 핵심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드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무기인 듯이 신비화하는 것도 큰 문제다. 국방부가 확인했듯이 사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도 비행고도가 낮아 탄도미사일 종말단계의 상층부에서 요격하는 사드로 방어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않으냐는 주장은 지구상의 모든 무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논리에 가깝다. 게다가 사드는 1개 포대에 1조5천억원 이상 들어가는 값비싼 무기다. 주한미군에 배치되더라도 우리가 일정 몫을 분담해야 하고, 이후 미국의 사드 전체 구매 압력이 뒤따를 것이다. 정부는 이미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큰돈을 들여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체계와 상당 부분 중첩되는 사드에 돈을 쓰는 것은 예산 낭비이기도 하다.
정부가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사드 배치 협의 사실을 발표한 것도 당당한 행동이 아니다. 미국은 닷새 전인 2일 주한미군사령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공식 협의를 제안했다고 한다. 꼭 숨기고 있다가 북한의 로켓 발사 때문에 협의를 시작한 것처럼 연출한 꼴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이전까지 아무 협의가 없었다는 우리 정부의 말도 믿기 어렵다. 미국 쪽에서는 지난해부터 여러 고위 인사들이 협의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제 ‘사드 배치 결정 뒤 1~2주일 안에 배치가 가능하다’는 말까지 흘린다. 실무회의 날짜가 잡히기도 전에 배치 결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을 엠디로 단단히 묶어두기 위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우리에게 사드는 실효성은 떨어지는 데 비해 감당해야 할 부담과 후유증은 아주 크다. 처음부터 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게 올바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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