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ama’s Precarious Double Re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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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노예 짐 로빈슨은 1850년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났다. 조지타운 외곽의 프렌드필드 농장 오두막에서다. 그의 부모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왔다. 노예의 삶은 고단했다. 여름엔 모기와 찜통더위, 겨울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그나마 마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공간에 두 가족이 함께 살았다. 새벽부터 해질 녘까지 허리가 휘도록 일했다.

1863년 노예 해방이 선포됐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본인도, 아들도 문맹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그러나 로빈슨은 영특했다. 손자·손녀에게 늘 신문을 읽게 했다. 그의 혜안은 4세대 뒤 빛을 발했다. 고손녀 미셸이 태어나면서다. 차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고조할아버지 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교육이었다.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미셸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유명 변호사가 됐다.

미 CNN방송이 최근 보도한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가족사다. 애초 미셸의 뿌리를 찾으려 한 것은 오바마 부부였다. 지난해 연말 대통령 선거 때다.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과거라고 판단해서다. 이를 통해 오바마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교육의 중요성이다. 인종 차별의 뿌리가 아무리 질겼어도 이를 이겨낸 건 교육이었다. 오바마 자신이 산 증인이다. 피부색에 절망해 한때 마약과 술에 찌들었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교육이었다. 그의 교육 개혁이 미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어쩐지 위태로워 보인다. 교육 하나만도 벅찬데 건강보험 개혁까지 들고 나왔다. 미국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가난한 사람은 아파 죽어도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렵다. 그래서 가난과 차별이 대물림 된다는 게 오바마의 생각이다. 이번에 통째로 뜯어고치겠다는 거다. 정부가 나서서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저소득층으로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엔 골이 있게 마련이다. 돈 문제다.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와중이어서 더 그렇다. 이미 금융회사와 자동차 회사를 살리는 데만도 천문학적 돈을 써버렸다. 정부 곳간이 온전할 리 없다. 이쯤 되면 다음 수순은 뻔하다. 부자 호주머니를 터는 수밖에 없다. 오바마 정부가 최근 부자에게 ‘세금 폭탄’ 안기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내 1.2% 부자에게서 소득세로 5440억 달러(약 703조원)를 더 짜내겠다는 거다.

오바마와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 98.8%는 세금을 더 낼 필요가 없다”고 항변한다.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수사(修辭)다. 그러나 부자와 빈자를 편가르기 하는 순간 오바마는 훨씬 중요한 걸 잃을지 모른다. 통합의 리더십이다. 벌써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한 번에 세상을 다 바꾸는 건 어렵다. 미국 공교육이 제2, 제3의 오바마를 배출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경민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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