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시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합당한 이유를 내놓지 못한 채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국무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 보호를 위해 350명 이내의 병력을 파견하는 내용의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을 의결한 것이다. 정부는 이 동의안을 이번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2년 전 인질 사태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왜 파병이 문제인지 잘 인식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테러를 해결하지도 못했고, 아프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주지도 못한 채 부패하고 무능한 카르자이 정권을 뒷받침하는가 하면, 아프간 인의 삶을 파괴하고 그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한국 사회는 한국인의 희생을 통해서야 이 전쟁의 잘못을 깨닫고, 어떤 방식이든 전쟁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는 2년 만에 다시 파병 결정을 했다. 한국 군대를 외국에 다시 보내는 논쟁적 정책을 사회적 합의나 시민들이 동의할 아무런 명분과 논리도 없이 밀어붙인 것이다. 당초 파병 방침은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었는데도, 미국이 내심 바란다는 이유 하나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선물로 바쳐진 것이었다. 파병 결정 과정에 주권자인 시민들의 뜻을 받드는 절차는 생략되고 미국의 뜻만 중시한 결과였다. 누구를 위한 파병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1년 단위였던 파병 기한을 2년6개월로 늘리기까지 했다. 지방 재건 임무의 특성상 시간이 필요하고, 파병 연장 시점에 탈레반의 테러가 우려되므로 이를 피하려면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국내 여론도, 유동적인 현지 상황의 변화도 무시한 이런 전례 없는 장기 주둔 계획은 무책임하고 안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전쟁 당사자인 미국도 2012년 7월 철군계획을 밝히며 퇴로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이다. 무모할 뿐 아니라, 정부 편의만 고려한 설득력 없는 방안이다.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인들은 내년 7월 군인 320명, 민간인 100명, 경찰 40명을 위험지역에 보내 놓고 노심초사하며 지내야 한다. 자칫하면 그렇게 해야 할 아무런 까닭도 없이 한국인이 불안과 걱정의 나날을 보내야 할 처지가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파병안을 철회해야 한다. 그래도 강행하겠다면, 국회가 시민의 뜻을 받들어 부결시킴으로써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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