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영방송 NPR의 뉴스해설가가 내뱉은 ‘반(反)이슬람’ 발언이 연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슬람 단체들이 반발하자 NPR은 이 뉴스해설가를 해고했고, 그러자 이번엔 우파 정치인들이 NPR을 대거 공격하고 나섰다.
사 건의 발단은 지난 18일. 보수 방송인 폭스뉴스의 ‘오라일리 팩터’ 프로그램에 출연한 NPR의 뉴스해설가 후안 윌리엄스는 “이슬람 복장을 한 승객이 비행기에 타고 있으면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불과 12초 동안 진행된 이 발언은 즉각 블로그 등을 통해 퍼지면서 온라인상으로 비난 여론이 형성됐고,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NPR을 방문해 항의했다. NPR은 이틀 뒤인 20일 밤 “윌리엄스의 코멘트는 NPR의 편집 기준과 관행에 어긋난다”며 윌리엄스를 해고했다. 윌리엄스가 회사의 핵심 가치인 ‘불편부당성(impartiality)’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NPR의 조치는 우파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들였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지사, 존 뵈너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은 21일 NPR을 일제히 비난했다. 페일린 전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NPR은 수정 헌법 1조(언론·종교·집회 등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을 옹호했지만, 당신이 이것을 사용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해고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존 뵈너 원내대표는 “납세자의 돈을 왜 좌익 라디오 방송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느냐고 의회가 묻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윌리엄스의 해고 이후 NPR이 어떤 존재인지 더욱 분명해졌다”고 흥분했다. 허커비 전 지사도 “자신은 더 이상 NPR의 인터뷰 요청을 수락하지 않겠다”며 NPR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사자인 윌리엄스는 “10년 이상 NPR를 위해 일했던 내가 아무런 해명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전화를 통해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뉴욕타 임스는 “윌리엄스 사건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저널리즘을 보여준다”며 “현대 미국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인 불편(不偏)성을 추구하는 NPR은 윌리엄스를 해고한 반면 논조를 강하게 내세우는 폭스뉴스는 오히려 윌리엄스와 새로운 계약을 맺어 논쟁적인 것에 대한 선호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폭스뉴스가 윌리엄스에게 3년간 총 200만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는 LA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을 보면서 미국 내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 사용(political correctness)’ 기준이 다소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인종·종교 등의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공인의 입을 통해 정치적으로 선(線)을 넘는 발언으로 나올 때 미국 사회는 관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머스가 ‘유대인 비난 발언’으로 불명예 퇴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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