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ama’s Best Dec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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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는다. 4년 임기의 절반이다. 지난 2년 동안 오바마가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주저 없이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한 일이라고 답하겠다. 오바마가 패자(敗者)를 감싸 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모양새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콘텐트였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서 보여준 열정과 능력, 이를 통해 대통령 오바마와 미국이 얻은 이득과 혜택 등을 종합해보면 오바마가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퍼스트 레이디 출신이자 백악관 문턱까지 갔던 클린턴에겐 이미 ‘대통령급’의 존재감이 있었다. 오히려 새로 쓴 국무장관 모자가 작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거 때의 앙금에다 정치적 경력이 앞서는 클린턴이 오바마와 마찰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우(杞憂)였다.

 클린턴은 오바마의 대외정책 철학을 철저히 존중했다. 그 바탕에다 자신의 의지를 더해 ‘스마트 파워’ 외교 원칙을 수립했다. 미국 일방주의에서 다자주의로의 이동, 타국의 국민과도 소통하는 공공 외교, 시스템에 토대를 둔 동맹 강화 등이 그것이었다. 클린턴은 미 국무부 사상 최초로 4개년 외교개발전략도 만들었다. 이는 그가 화려했거나 속 쓰렸던 과거를 모두 잊고 국무장관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는 “초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사안 하나하나마다 정성을 다해 공부하는 장관의 모습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60대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 현장을 누볐다. 새해 첫 날에도 휴가 중인 오바마를 대신해 브라질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장을 찾았다. 그가 움직이면 오바마가 움직인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냈다. 상대국은 “미국이 우리에게 신경을 쓰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든든한 역할 분담자를 얻은 오바마는 건강보험을 비롯한 미국 내 현안, 그리고 또 다른 국제 이슈들에 몰두할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본 클린턴의 모습은 오바마 스타일과 대비되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젊은 오바마에겐 박력이 있었다. 그러나 때론 감정의 진폭이 보였다. 11월 중간선거 패배 후 가진 회견에서 기자들의 독한 질문이 이어지자 오바마는 버럭 화를 냈다. 그러곤 스스로 민망했던지 쓴웃음을 지었다. 반면 클린턴은 언제나 차분했다. ‘지도자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 앞에서 놀라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정치적 경구가 맞다면 클린턴은 100점이었다. 옷 차림새와 걸음걸이, 표정까지도 주어진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건 절대 쉬운 내공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 발생으로 뒤숭숭하던 지난해 7월 클린턴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 서서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북측에 전합니다.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는 우리는 한국과 나란히 서 있을 것입니다.” 북한 병사마저도 몰래 클린턴을 훔쳐보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은 그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데 충분한 것이었다.

 이제 나는 클린턴에게서 ‘퍼스트 레이디’ 후광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가 보여주는 중후장대(重厚長大)함은 그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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