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재정위기 사태가 초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제 소국인 그리스 재정위기만으로도 지구촌 경제가 출렁였던 경험에 비춰보면 끔찍한 재앙이다. 그런데 진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미국 재무부가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6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르면 오는 3월 말쯤 연방정부가 부채를 감당 못해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채무 한도가 대체로 오는 3월 31일에서 5월 16일 사이 바닥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적시했다. 미국 의회에 대해 정부의 채무한도 상향조정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협박성’ 서한이지만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미국의 채무는 14조252억달러로 현재 채무한도 14조3000억달러의 턱까지 차 있다. 후속 조치가 없으면 이르면 3월 말께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정부가 채권 발행을 유보하는 비상책 역시 부작용이 커 마땅한 대안으로 쓰기엔 부담이다. 미 행정부가 의회의 채무한도 상향 조정을 최선책으로 삼고 목을 매고 있는 이유다.
미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도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채무한도 상향조정법안은 3월쯤에나 심의하겠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행정부가 재정지출 감축 등 중장기적인 채무감축 방안을 먼저 내놓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기싸움이 길어지면 채무불이행 사태라는 돌발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미국이 단기간에 걸친 제한적인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지라도 지구촌 경제에는 대재앙과 다름없다. 금융위기나 유럽발 재정위기와는 그 충격과 후유증이 비교가 안 된다. 위기 극복까지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르고 몇년이 걸릴지 가늠조차 어렵다. 지구촌의 경제안정을 생각한다면 미 행정부와 의회는 채무불이행 위험을 빨리 차단해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 정부는 국가 채무를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 불확실성에 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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