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눈이 미국 워싱턴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만남이라는 빅 이벤트는 화려하게 막이 올랐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미국으로 떠났다. 후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만남,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에 전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는 특히 그렇다. 북한 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핵심이슈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두 정상의 만남 테이블 위엔 6자회담 재개 및 한반도 정세 안정 등의 문제가 핵심의제로 놓여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남북한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남북 간 무조건적인 대화를 요구하는 대화공세를 폈다. 한국은 대화에 앞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 등 사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중은 남북한의 대리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대북 정책에 있어 같은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중국도 드러내 놓고는 아니지만 북한 입장을 두둔하긴 마찬가지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이견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북한과 중국은 먼저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사전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길 요구한다. 특히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해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하거나, 아니면 6자회담 재개 전 관련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6자회담에서 이 모든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미·중의 입장엔 남북한 입장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미·중 정상이 남북한 입장만 고려해 협상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를 끌고 가는 G2의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룰 게 분명하다. 또 어떤 식으로든 자국의 이익을 감안해 남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미국에 있어서 한국, 중국에 있어서 북한은 지정학적으로나 동맹관계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우방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국의 본질적 이익까지 배제한 채 협상할 것으로 보는 건 무리다. 외교는 ‘간사할 정도로 자국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국 한반도 문제는 이들에게 있어 상수가 아닌 변수일 뿐이다.
중국과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양국 간 협력 및 관계 개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 만큼 모든 협상의 기저엔 철저히 양국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한반도의 핵심이익과 관련해 최대 당사자인 남북한이 정작 국외자가 돼버린 현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 재개나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협의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털어놨다.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도출하기 직전 협상을 진행한 한국 수석대표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한국 역할’을 자신 있게 말했다.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비롯해 의장인 중국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도 송 차관보에 상당부분 의지했다고 한다. 북한의 몽니로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엔 우 부부장도 송 차관보에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당시 남북 당국자 협상이 계속되고, 현장에서도 송 차관보와 김 부상의 직접 대화가 통했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현재 남북한은 극도의 상호 불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문제를 미·중의 셈법에만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남북한이 하루빨리 솔직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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