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이달 말부터 실시할 ‘키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는 △북한 정권교체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의 유출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북한 주민 대규모 탈북 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의 여섯 가지 유형을 흔히 꼽는다. 즉 북한이 남쪽을 공격한 게 아니라 북한 스스로의 요인에 따라 주로 북쪽 영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한·미 두 나라는 당연히 북한의 유사시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에 의한 국지도발이든 전면전이든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연습을 통해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북한 급변사태의 성격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급변사태는 북쪽 내부 문제라는 성격이 크다. 그렇다면 급변사태로 거론되는 사안들은 일차적으로 북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게 온당하다. 남쪽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남북대화가 전제돼야 하며, 사정에 따라서는 국제협력의 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경우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관리해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이번에 한·미 군사당국은 비록 전면전 발발 상황에 녹여넣는다고는 하지만,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연습 비중을 높인다고 한다. 자칫하면 남쪽이 공격을 당한 것도 아닌데 한·미 두 나라가 병력을 선제적으로 북쪽에 전개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북쪽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군사적 맞대응을 부를 수도 있다. 국제법적 정당성도 의심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은 이번 연습을 미군의 북한 진주를 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미 당국의 발상대로라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불안과 혼란을 키우기가 쉽다.
한·미의 움직임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남북한과 한반도 문제 관련국들이 저마다 대화를 거론하며 정세 주도권을 다투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한편으로 남북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해 군사대응책을 연습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는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러시아 등 다른 관련국도 한·미의 태도를 의심할 수 있다. 두 나라는 급변사태 대비 군사연습에 신중하기 바란다.
Leave a Reply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