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bama Doctrine and Middle East Democrat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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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민주화와 오바마 독트린

지난해 12월부터 튀니지를 기점으로 시작된 중동의 봄이 또 하나의 꽃을 피웠다. 23년의 벤 알리와 30년의 무바라크에 이어, 이번엔 42년 카다피까지, 민주화의 훈풍은 독재자들을 하나씩 무너뜨려 왔다. 바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번지고 있다. 재건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에 짓밟히고, ‘서울의 봄’이 전두환의 쿠데타에 뒤집힌 것과는 다른 결말을 기대한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과연 오바마의 대외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게 만들까? 2009년 6월 오바마는 이집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동과 대척점에 서 있던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과 아랍은 대결하는 관계가 아니라 이익을 공유하며 존중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바마는 한발 더 나아가 오늘을 예언하는 것과도 같은 말도 했다. 미국과 아랍세계는 민주주의 지배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의 언급 때문에 민주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오바마는 취임 초에 기대했던 것만큼 대외정책을 능동적으로 주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온 힘을 쏟았던 국내정책은 비판 일색인 반면, 대외정책은 꽤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오바마 독트린 덕택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그 독트린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애매하기에, 워싱턴에서는 오바마에게 과연 독트린이 있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의 독트린이라 함은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폭넓은 원칙이나 신념, 비전 같은 것을 말한다. 오바마가 취임하면서 확실하게 밝힌 것은 전임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어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버리고, 대화와 다자주의를 추구하며, 인도적 이슈에 집중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바마의 경우엔 외교 원칙보다는 외교 스타일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전임 정부보다 여러 면에서 온건해진 것은 분명하나, 정책의 본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는 오바마 독트린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2010년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은 부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내용엔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또한 후보자 시절에는 이라크 전쟁이 나쁜 전쟁이기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선뜻 이라크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2024년까지 주둔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럼에도 오바마 외교의 성공적 열매가 적지 않다. 러시아와 새로운 핵감축 협정을 체결했으며, 빈 라덴을 사살해 알카에다 조직을 약화시켰고, 카다피를 비롯한 중동의 독재자들을 축출시킨 것은 내년 대선에서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아무튼 도덕적이고 이념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져왔던 미국의 전형적인 대외정책 독트린들과 오바마의 경우는 확연히 구별된다. 인권, 민주주의, 평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외형적으로 이상주의 비전을 가졌으나, 실제로는 지극히 실용적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리비아에 대한 개입을 단행하면서도, 이란·시리아·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과 학살에는 침묵하는 것을 두고 공화당 보수세력들은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실용의 눈으로 보면 이유는 단순한데, 리비아는 이들보다 개입의 성공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와 미국식 예외주의의 프레임에 갇혀 타국의 운명을 자기가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했을 때 결과가 훨씬 나빴다.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할 때보다 덜 할 때가 더 나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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