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s Crisis Is a Job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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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중동의 봄’이 필요하다.”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지난 8월 말 일본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일본 젊은이들에게 데모를 촉구하는 글을 썼다. 하지만 ‘중동의 봄’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뉴욕월가에서 시작된 젊은이들의 데모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20년 경기침체를 방치한 무능한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서 청년 데모가 확산되는 것은 실업률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실업률 4%(일본)와 9%(미국)의 차이다. 청년실업률은 일본이 10% 미만인 데 비해 미국은 20%에 육박한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금융회사와 IT회사를 갖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실패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한때 M&A(인수•합병)와 파생상품 등을 통해 천문학적 수익을 냈지만, 고용 등 파급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미국의 금융은 오히려 부실대출을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괴물을 만들어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세계 경제를 파탄 직전으로 내몰았다. 미국 금융계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도 천문학적인 보너스 잔치까지 벌여 젊은이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미국은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강의 IT회사를 갖고 있지만, 이 역시 산업 특성상 일자리 창출은 제한적이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꾼 혁신 상품들을 만들어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초우량기업이지만 직원은 4만명도 되지 않는다. 부품생산과 조립이 미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첨단산업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미국이 증명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실업률이 비교적 낮은 나라가 일본과 독일이다. 두 나라는 금융도, IT도 아닌 제조업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1998년 1760만개에서 최근 1200만개 안팎으로 줄었다. 월마트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이 미국산 제품을 몰아내고 미국의 기업들은 저렴한 생산기지를 찾아 외국으로 속속 빠져나가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도 일자리 위기에 직면해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낮으로 일했으며, 금붙이까지 내다 파는 등 일치단결해서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이 속속 탄생했다. 하지만 오히려 청년실업자는 늘어나고 물가가 올라서 생활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치솟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이런 불만을 복지로 해결하겠다며 공약개발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없는 복지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그리스 등 많은 나라가 증명해주고 있다. 아무리 복지를 잘 갖춰도 실업의 비애와 가난을 구제할 수 없으며, 일자리 창출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도 않다. 더 큰 문제는 미국•유럽 등이 자국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보호주의 울타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출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한국은 세계적인 일자리 확보 전쟁이 벌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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