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eve Jobs of the 21st Century May Emerge from the Wall Street Prot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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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미국에서 극우 시민 네트워크 티파티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는 두 개의 ‘시민운동’을 낳은 셈이 됐다. 공화당의 편에 서서 극우적인 관점을 대변하는 티파티는 이미 지난 여름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 증액 협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의 항복을 이끌어내며 비타협적인 태도를 ‘과시’했다.

이에 반해 ‘평범한 99%’를 대표한다며 시작된 월가 시위는 당파성을 띠지 않고 미국의 경기 침체를 유발한 ‘1%’를 비판하고 나서 공화당 및 티파티의 대척점에 서있다. 티파티가 재계 거물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반해 월가 시위가 온라인 모금 등 일반 시민들의 기부로 지속되고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두 운동 다 미국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표출 양상이나 관점은 이처럼 정반대로 흐르면서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메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15일 논평에서 월가 시위에 맞불을 놓는 보수 진영의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티파티는 ‘배제’ 월가 시위는 ‘포용’

경제위기라는 같은 토대에서 출발한 두 운동이지만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인 토드 에시그 뉴욕 의과대 교수는 ‘배재(exclusion)’와 ‘포용(inclusion)’의 정신이 둘을 가르는 근본 요소라고 분석했다.

에시그 교수는 16일 <포브스> 칼럼을 통해 우선 티파티와 월가 시위는 동기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에 따른 분노와 공포, 좌절, 그리고 민주주의의 이상에 대한 신뢰 등은 두 운동 모두 다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제’를 앞세운 티파티는 오바마 대통령을 ‘미국적이지 않다’라고 여겼고 여기에는 일정 부분 인종차별적 요소가 반영됐다고 에시그 교수는 분석했다.

티파티의 배제적 태도는 또한 ‘미국의 중심’이 아닌 곳에서 오는 모든 것을 거부했고, ‘우리’와 ‘우리가 아닌 사람들’을 구분했다. 또한 ‘미국적이지 않거나 헌법에 반하는’ 모든 것을 나쁜 것으로 보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가 아닌 그들’의 잘못이라고 규정했다. 에시그 교수는 이를 가리켜 “문을 걸어 잠근 채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고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주코티 공원 ‘공동 부엌’이 상징하는 것

반면, 월가 시위대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었고 모두가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서 티파티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월가 시위대들에게 ‘우리’는 티파티의 배제주의와 달리 전 세계적인 차원의 ‘우리’였다는 것이다.

월가 시위대의 이러한 특징에는 민주적인 운동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과, 그릇된 관점까지도 모두 표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하지만 에시그 교수는 시위대에 참가한 일부가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월가 시위대는 이를 ‘그들’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를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월가 시위대의 모습은 그간 미국에서 찾기 힘든 모습이어서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는 월가 시위대가 머물고 있는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주코티 공원)에서의 음식 조달이 이른바 ‘공동 부엌’을 통해 이뤄지는데 주목했다. 부엌에서 일하는 시위대는 모두 자원한 이들이며 전체를 통솔하는 리더 없이 가장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 그날의 할 일을 정해준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데 익숙한 청년들이 한 공간에 오랫동안 함께 머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시위대들이 ‘공동의 공간’을 점유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있고, 다른 이들의 말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는 시위대의 말을 전했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미국의 진보 논객인 나오미 클라인도 지난 6일 시위대를 상대로 진행한 연설에서 “서로 시선을 회피하며 ‘남들은 죽게 내버려 둬’라고 말하도록 가르치는 (미국의) 문화 속에서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시위대의 문구는 매우 급진적인 선언이었다”라고 감탄한 바 있다.

“제대로 된 자본가라면 월가 시위 두렵지 않아”

에시그 교수는 티파티가 항상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세계를 바라보는 반면 월가 시위대는 공동체에 대한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시위대의 성향은 타인에 대한 동정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티파티보다는 월가 시위대에 더 가까운 성향을 가졌다고 고백하면서 월가 시위대가 반자본주의적 속성을 띄고 있다는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월가 시위는 자본가들에 대한 운동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자본가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라며 “소수의 재벌(oligarch)들이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시그 교수는 이어 기업과 경영자들이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할 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근절해 ‘게임의 룰’을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렇게 해도 미국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스티브 잡스가 1960년대의 급진주의 사상과 정신 탐구 풍조에서 나온 기업가였다면 21세기의 차세대 기업인은 월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청년 중에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월가 시위가 극단주의와 폭동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시위대의 핵심 메시지는 “로비스트의 주머니에서 월가의 돈을 빼내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며, 진짜 자본가들이 소수의 재벌을 이기게 하자”라는 것이라며, 이는 곧 희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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