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 Adapting to an Extended Family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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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웃 동네를 지나는데 ‘에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이란 팻말이 발길을 끌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제법 사는 집인 듯한데, 침대에서부터 전자제품, 옷, 그릇까지 집 안에 있는 모든 살림살이에 가격표를 붙여놓고 팔고 있었다. 현관에 계산기까지 갖춰놓고 물건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름이 마릴린 키머링이라는 할머니는 “딸이 (워싱턴)D.C.에 사는데 이 집을 팔고 함께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떨어져 사는 게 편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이제는 우리 부부가 이 큰 집을 유지하기가 힘에 부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구제하지 못하는 경제난에 미국인은 본능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PEW) 리서치센터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들은 지금 핵가족 시대를 깨고 대가족화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다세대 가구(multi-generational homes)’가 2007년 4650만 명에서 최근 5100만 명으로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자식들이 부모와 함께 살거나, 키머링 할머니처럼 노부부가 살던 집을 팔고 자식들 집에 들어가 함께 사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18~24세 인구의 4분의 1이 부모와 함께 산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대부분이 실업 때문이다. 18~29세 미국인의 실업률은 무려 38%로, 지난 40년래 최고치다. 다세대 가구의 평균 소득은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낮다. 반면 빈곤율은 11.5%로 그렇지 않은 가구의 14.6%보다 낮다. 다세대 가구의 경제적 효과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게 민초들이다. 올해는 부자 동네라는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조차 핼러윈 장식을 한 집들이 뜨문뜨문하다. 7년 전 미국 연수 때 집집마다 즐비했던 호박등을 구경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자에서 반(反)월가 시위대의 분노를 특집으로 다뤘다. 분노의 지진파가 네 탓 타령만 하는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그들은 실망하고 있었다.

어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돌고 돌아 내려진 결론은 ‘위민(爲民)’이었다. 사람을 위하는 게 정치인의 첫 숙제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워싱턴의 정치나 바다 건너 한국의 정치는 지금 위민의 궤도를 달리고 있는가.

늙은 부모와 젊은 자식, 할머니와 손자가 모여 사는 다세대 가구는 2011년 미국 정치의 슬픈 지표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판이 벌어졌다는데 온통 ‘객(客)’들만 넘친다. 아무개가 서울시장이 되면 무상급식은 어찌 되는 건지, 골목길 가로등이 늘어나는 건지 줄어드는 건지가 실종된 건 한국 정치의 아픈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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