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American FTA Conc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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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의회 의사당에 있는 캐넌 빌딩. 주미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축하 리셉션이 열렸다. 참석자는 어림잡아 200여 명. 오후 6시까지인 리셉션 내내 상ㆍ하원의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도착하는 대로 마이크를 잡고 두 나라 간 협정을 축하했다. 어림잡아도 의원 20여 명이 왔다. 의원들이 의사당에서 가까워 오기가 쉬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렇게 많은 의원을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결국 그들은 FTA에 정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업계 대표로 한ㆍ미 FTA를 위해 1년 이상 `올인`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다른 행사에서도 자주 봤던 사람들이라 경계감이 없는 사이다. 한ㆍ미 FTA는 그들에게 `신앙`이었다. 그토록 기대했던 FTA가 의회 비준이 끝났으니 얼마나 기쁠까. 그러나 이날 그들 표정은 사뭇 달랐다. 한국 국회에서 아직까지 FTA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비관세 장벽입니다. 소위 `외제`라고 부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없어졌으면 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런 후 바로 자동차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많이 좋아졌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외제차에 대한 장벽이 있다는 것. 당장 외제차는 수리비가 어마어마하다. 차 보험료는 입이 쩍 벌어진다. 외제차라면 바가지부터 씌우는 카센터 관행도 문제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보이지 않게 깔려 있는 외제차를 타는 사람에 대한 편견도 남아 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미국 상무부 한국 관련 부서 책상 위에는 한국에 진출한 다양한 업종의 미국 기업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서류가 여전히 접수되는 상황도 걱정했다

지난달 14일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GM공장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이 지역 메이저리그 야구단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모자를 쓰고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그를 진정한 개방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그날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미국인들이 현대ㆍ기아차를 살 수 있다면 한국인들도 미국산 포드, 크라이슬러, 쉐보레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차별 없는 개방시장에서 미국차의 선전을 기원한 것이다.

다시 FTA 리셉션장. 한국시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외제차에 대한 편견을 얘기하는 미국 업계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뒤 기자는 나름 결론을 내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외제차 탄다고 눈치를 줄까. 차만 잘 만들라지`라고 되뇌었다. 한참 후 리셉션이 끝나고 건물을 나오려던 참이었다. 이곳에 파견나온 한국 공무원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데, 차를 팔아야겠어.” “왜 멀쩡한 차를 팔아. 갖고 들어가지.” 그러자 그 공무원이 답했다. “공무원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누가 좋아하겠어.” 아,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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