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gress as a “Punching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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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an’t wait.”(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예산 절감 실천방안을 제시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백악관에서 나눠준 자료 맨 위에는 이 같은 문구가 문패처럼 붙어 있었다.

이 문구는 요즘 오바마의 백악관이 밀고 있는 일종의 ‘유행어’다. 지난 2008년 대선 때의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의 제2탄인 셈이다. 이달 들어 학생 융자금 경감, 차압 위기 주택대출금 구제, 참전용사 취업 보장 등 오바마의 행정명령 공표 과정에서 “We can’t wait”란 문구를 본 게 적어도 4~5차례는 넘는 것 같다. 최근 미국 전역을 버스로 투어하고 있는 오바마의 지방연설도 대부분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로 시작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다릴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하는 대상은 바로 의회다.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미국 의회가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들을 처리해 줄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으니, 의회를 우회할 수 있는 대통령의 행정명령권으로 경제살리기를 위한 시급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의회가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진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바마가 이처럼 의회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데는 내년 대선을 ‘일하는 대통령’ 대(對) ‘발목만 잡는 의회’의 대립구도로 만들어 치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침체된 경기로 인해 지지율이 재선(再選) 마지노선을 하회하고 있는 오바마가 그 돌파구로 경제 실패의 책임을 의회에 떠넘기는 프레임을 택했다는 게 선거전략가들의 분석이다. 1948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역시 경제위기로 재선이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의회'(do-nothing-congress)라는 조어(造語)를 만들어 결국 승리를 거둔 전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의 절반은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냐”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바마가 의회와의 대립 구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현재 미국 의회가 ‘동네북’ 신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의회는 현재 미국에서 오바마보다 인기가 없는 거의 유일한 집단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서 오바마의 업무수행 지지율이 44%로 나온 데 비해 의회 지지율은 18%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수치를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 미국 의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極)에 달해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유력 신문들의 오피니언난은 의회에 대한 조롱과 비난으로 연일 도배되고 있다. 52년 동안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대니얼 이노우에(민주·하와이) 상원의원이 “지금과 같이 타협은 모르고 싸움만 하는 의회는 나도 처음”이라고 할 정도다.

미국은 헌법 1조에서 의회를 규정하고 있을 만큼 의회 중심의 나라이다. 이런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회 권위의 추락은 곧 미국 자체가 기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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