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s “Obama Style” All-In Asian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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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취임 후 해온 외교안보 분야의 일은 대부분 9•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은 말할 것도 없고 테러와의 전쟁도 ‘부시표’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대 외교안보 성과로 내세우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도 사실은 부시가 시작한 일을 오바마가 최종 정리한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21세기에 미국은 아시아에 ‘올인’할 것”이라고 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인도네시아 유학생과 재혼했던 어머니를 따라가 어린 시절을 자카르타에서 보냈다. 몇년 전 오바마가 살던 집에 가보니 동네 사람들은 ‘골목길에서 뛰놀던 활달한 그 소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 발표 시점은 다소 느닷없어 보이지만,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한 오바마에게 아시아•태평양 올인은 잘 어울리는 외교정책이다.

대(對)테러전과 관련된 일은 부시의 지문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 오바마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시의 유산’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올해 말이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가 완료되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2014년까지 철수한다. 전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원치 않았던 외교정책 유산 처리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오바마가 한숨 돌리고 재선(再選) 성공을 위한 전략이자 재선 이후 추진할 정책 틀로 ‘오바마표 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아시아와 중국이다. 중국과의 대결 또는 협력은 이제 미국의 숙명이다. 미국의 장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중국과 아시아가 오바마 외교정책의 중심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결정을 외교정책 방향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한다.

하 지만 아시아로 다시 돌아온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과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제와 안보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경제를 위해 미국이란 큰 시장을 열고 안보를 위해 동맹국을 지원하는 큰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젠 경제적 측면에선 이 지역에서 중국이 상당 부분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불과 몇년 전까지는 미국이 최대교역국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 23%에서 2009년 20%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 GDP가 차지하는 비율은 7%에서 13%로 증가했다. 미국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에 의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정부 부채에 짓눌리고 있다. 게다가 의회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이 보여주는 모든 징후가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제국(帝國)이 쇠퇴하던 시기에 나타났던 그것과 일치한다고 진단한다.

오바마표 아시아 올인 외교는 일견 한국에 나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공세에 아시아 국가들은 당황하고 있다. 미•중 대결구도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가장 복잡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위해 피 흘려 싸워준 수십년 동맹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 사이에서 크고 작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외교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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