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S Movement Awakens Importance of Politics for the 99 Per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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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며 지난 9월17일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일단락됐다.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서 쫓겨난 뒤 점령운동을 이어온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에서도 지난달 30일 강제 해산되면서 조직적·집단적 시위는 73일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한다. 시위 지도부가 ‘사소한 후퇴’일 뿐이라며 저항의 불씨를 지피고 있어 앞으로의 양상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점령운동이 미국과 지구촌에 분명한 화두를 던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1%에 의해 99%가 불행해지는 잘못된 틀을 바로잡기 위해 99%가 저항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자각이 그것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시작된 점령운동은 가장 미국적이면서 동시에 지구적이었다. 1%에 점령된 월가를 99%가 점령한다는 것은 금융자본의 탐욕으로 대표되는 약탈적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전면전을 상징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1%의 보너스 잔치는 더 요란해지는데 미국 중산층의 소득은 지난 30년간 내리막길을 달렸다. 그런데 이런 분노가 미국인 99%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만능주의의 신자유주의 세례로 지구촌의 99%가 점령시위에 공명(共鳴)했다. 지난 10월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 82개국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전개됐다. 이는 월가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 1%의 강력한 담합이 지구촌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음을 99%의 점령운동 연대로 폭로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점령운동은 지구촌의 시대정신이 바야흐로 경제에서 정치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승자독식의 자본주의에 대한 분노가 점령운동이란 행동으로 표출되게 만든 요인은 1%의 부자에게 포위된 잘못된 정치였다. 점령운동이 가리키는 궁극적 지점은 실제로 월가를 점령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1%가 아닌 99%를 위한 정치, 즉 민주주의의 복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복지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도 점령운동의 성과라 할 만하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시위는 끝났지만 ‘1 대 99’의 구호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99%의 삶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평범한 진리를 점령운동이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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