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대사관 직원 3명이 지난 8일 이란과 거래관계가 있는 대우조선해양E&R(DSME E&R) 등 국내 기업 3곳을 직접 압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7일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방한해 한국의 대이란 제재 확대를 공개 요구한 바로 다음 날이다. 미대사관 경제과 소속인 이들은 방문한 기업들에 이란과의 교역 현황과 사업추진계획 등을 물었다고 한다. 해당 기업들은 무척 당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해외자원 개발을 주 사업분야로 하는 DSME E&R의 경우 ‘제재 수위가 높아 이란 투자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미 대사관 측의 압력에 굴복해 사업계획을 철회한 모양새다.
주한 외국 대사관이 국내 기업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주로 자국과의 경제협력을 증진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비해 이번 일은 미국이 제재를 강화한 이란과의 거래관계를 중단시키려는 목적이다. 통상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추진하는 경우 자국 기업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에 대해선 해당 국가 정부를 통해 제재 동참을 유도하는 관례를 무시한 것이다.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의 새로운 대이란 제재 내용을 한국 정부 부처에 알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세 기업들을 방문해 새 제재 내용을 알린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직접 한국 기업들을 압박했음을 뒷받침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 의혹을 강하게 받는 나라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북핵 문제와 씨름하는 우리로서도 이란 제재 강화에 동참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조만간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주한 미 대사관 측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제재 수위를 고민하는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번 일은 우리나라 주권을 무시한 과잉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계 성 김 대사의 부임을 계기로 미 정부가 한국의 내정에 직접 간여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설마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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