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 at a Crossro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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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만난 이웃 제임스 맥거번(53)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평소 지나칠 정도로 친절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30년 가까이 다닌 우체국이 문을 닫게 돼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우정국은 연간 8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전체 10%에 해당하는 전국 3,600여개 우체국의 폐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강대국에 사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맥거번씨의 경우처럼 희망보다는 걱정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사회보장마저 축소되면서 중산층 이하 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갓 나온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에 허덕이고 있으며 부모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은 추락한 집값과 불안한 노후로 깊은 고민에 쌓여있다.

매월 말일 자정 무렵이면 세계 최대의 할인점인 월마트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정부가 지원하는 식료품 카드가 자동 충전되는 1일을 기다려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진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얼마 전 “매월 1일 몇 시간 동안 식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빈곤인구는 인구 6명당 1명꼴인 4,600만명에 달한다. 5년 전에 비해 2,000만명이나 늘었다. 빈곤과 직접 연관되는 실업 문제는 개선이 더디기만 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역사상 4년 연속 8%를 웃도는 실업률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이 마지막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낫다고는 하지만 미국 경제 역시 올해 2% 안팎의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된다. 올해 실업률이 8%를 웃돈다면 4년 연속 실업률 8% 이상 기록이 또 한번 세워지게 된다.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의 개막으로 오는 11월 미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번 선거 역시 경제가 핵심 이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정책의 근간이 된 공급경제학에 대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을 뿐이라며 중산층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공화당 후보들은 무기력한 미국을 변화시키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감세 정책 지속, 강력한 국방력 유지 등을 공언하고 있다.

올 연말 미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또 새로 등장할 미 정부가 경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세계경제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어 그들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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