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방의 이란 옥죄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산 석유금수 조처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제 베이징에 갔고, 유럽연합도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여부를 예정보다 1주일 앞당겨 23일 결정하기로 했다. 미국의 의도대로 이란산 원유 전면 금수 조처가 강행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세계경제는 요동치고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란이 바다를 통해 운반하는 세계 석유의 3분의 1, 세계 석유 총거래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도입 물량의 10%를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한다. 어렵게 뚫은 이란이라는 중동의 우리 경제·문화 교두보를 통째로 잃을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국방수권법 제정 이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이란 옥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핵개발 저지를 앞세운 미국이 진짜 겨냥하고 있는 건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패권 유지와 중국 견제라는 분석들이 많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는 미국은 이 지역 이슬람 강국 이란이 그 최대 수혜자가 될지 모를 사태 전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흔들리고 이스라엘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 열풍 속에 리비아에 개입한 서방의 다음 표적이 이란일 수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설득력 있게 제기돼 왔다.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와 때를 맞추듯 미국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과 각각 300억달러, 35억달러어치의 무기판매 거래를 한 것도 공교롭다. 이번 사태가 결국 미국 등 서방의 거대 석유업체들과 군산복합체들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이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 석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는 미국과 서방이 이란 석유 금수조처로 잃을 것은 없다. 그러나 이란 석유 13%를 수입하는 일본과 22%를 수입하는 중국, 그리고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특히 우리에겐 선택지는 별로 없고 잃을 것은 너무 많다. 미국에 적극적으로 예외 조처를 요구하는 등 우리의 피해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란과의 관계도 파국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사상 최고라고 자랑해온 한-미 특수관계를 이럴 때 활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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