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immy Carter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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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정권 재창출을 향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정권 탈환을 위한 공화당 미트 롬니의 대결로 압축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이 쉽지 않은 국내 경제가 여전히 최우선 아젠다일 것이 확실하지만 외교 영역이 대결의 중심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이를 촉발한 계기가 된 것이 북한의 위성 발사다.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발사를 강행하면서 미국 내 비판여론이 형성되자 롬니가 이를 오바마 외교 실패사례로 적극 부각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롬니 진영은 연일 오바마를 미숙하고 무능한 대통령으로 공격하고 있다.

외교 분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역대 민주당 대통령으로서는 드물게 외교업적을 강조해왔으며 재선의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다. 국내 경제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나 속도가 아닌 탓도 있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외교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3대 업적을 내세우고 있는데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라크 종전, 그리고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이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외교의 3대 실패사례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는데, 이란 핵문제, 북한 핵문제 그리고 대중국 및 대러시아 유화정책이다. 이들을 한마디로 집약시키자면 오바마의 유약한 외교로 인해 동북아에서도 아랍에서도 미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국익에 큰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롬니의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리처드 윌리엄슨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두고 지금 미국은 ‘지미 카터의 시간(Jimmy Carter’s Moment)’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고, 롬니는 최근의 인터뷰나 연설들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인권이나 도덕을 강조하며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 외교에 매달리다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란의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을 초래한 1979년 시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카터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외교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공화당의 주장처럼 오바마의 ‘유화정책(appeasement)’이 다소의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란 문제는 지지부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은 자신의 컴백을 대미 강경외교와 연결했다. 2·29 북·미합의는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파기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롬니의 선거 전략은 오산이라는 평가도 많다. 우선 외교적 성공사례는 구체적이고 완결된 것들이지만, 실패로 거명되는 것들은 논란은 있지만 아직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공격적인 외교수사들에 비해 실제 정책은 오히려 혼선을 빚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 실제로 더 일관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이란 제재도 이전보다 훨씬 더 강화됐다. 그리고 강경한 정책기조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북한에 식량이나 중유를 제공했던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진영에서는 북한의 위성 발사도 그리 악재가 아니라고까지 인식하고 있다. 위성 발사가 실패했고, 북한을 ‘약속 파기자(a deal breaker)’로 낙인찍어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 있고, 식량제공은 시행 전이므로 멈추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롬니 진영이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카터의 시간’에 반전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카터가 재임기간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94년 아이티와 북핵 위기에서 직접 현지로 날아가서 극적으로 군사충돌을 막고 협상타결을 이끌어냈던 카터의 시간도 있었다. 오바마의 외교가 1979년 카터의 실패한 시기인지, 아니면 1994년 성공한 시기인지는 투표를 통해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성공한 카터의 시기가 한반도에서 재현된다 하더라도 미국 정치일정상 최소 1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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