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n Hollywood 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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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2’의 한국 촬영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판론의 요지를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16일간 서울·경기의 여러 곳을 통제하며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데 우리 정부가 30억 원이 넘는 돈까지 지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 한국 장면의 분량이 어느 정도가 될지도 모르는데 국가 홍보 효과가 2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 아니냐.

지지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서울에서 촬영한다는 뉴스만으로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니 그 홍보 효과가 막대하지 않은가. 영화 속에서 건물을 파괴하는 장면이 나온다지만, 최첨단 시설들이 어우러진 초현대식 도시가 서울이라는 인상을 세계 관객에게 심어줄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일개 영화를 두고 이렇게 논란이 뜨거운 것을 보며, 우리 한국인들이 외부에 비치는 것에 얼마나 민감한지 절감하게 된다. 비판론이든, 지지론이든 그 속에는 이제 우리나라가 세계인에게 제 모습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자존감이 깃들어 있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한국 묘사 장면을 찾아낸 뒤에 자존심을 다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폴링다운’(1993)과 뤼크 베송 감독의 ‘택시’(1997)가 한국인을 천박한 돈벌레로 묘사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불쾌하다. 영화 제작진의 한국에 대한 무지가 이미지를 왜곡시킨 경우도 흔했다. ‘007 어나더데이’(2002)에서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물소떼가 한국에 등장해 실소를 자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랬던 할리우드가 최근 들어 한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 영화 시장이 급성장해 세계 선두권에 들어가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해타산에 철저한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 관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인을 돈벌레로 비하했던 저들이 돈 때문에 한국을 대접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작 ‘오션스 13’에서 알 파치노가 삼성 휴대전화를 명품이라며 수 차례나 극찬했던 것은 떠올릴수록 기분이 좋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논스톱’은 삼성, LG 스마트폰을 항공기 테러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한 도구로 등장시킨다.

‘어벤져스 2’ 제작진은 한국 촬영을 하게 된 이유로 “경제와 IT 산업의 발전으로 한국이 최첨단 이미지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기술력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어야 한다는 진실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이번 촬영을 허용하고 지원한 정부와 서울시 당국자들은 세계적 화제를 일으킨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스스로는 만족하지 말고, 촬영 효과 논란에 깃든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헤아리기 바란다. 지금은 저들에 대해 먼저 지원하고 사후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철저히 따져서 계약한 뒤에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주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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