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ama’s Leadership and the Korean Penins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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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 리더십과 한반도 / 박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요즘 마치 동네북이 된 것 같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1기 행정부 때 한솥밥을 먹던 핵심 장관들까지 ‘오바마 때리기’에 가세한 상황이다. 올 들어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이 자서전을 통해 오바마를 비판한 데 이어, 최근엔 리언 파네타 전 중앙정보국장·국방장관까지 나섰다. 한두명이 그런다면 ‘배신자’의 푸념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네명이나 이렇게 나오니 미국 내에서도 배신자들의 평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특히, 파네타는 오바마의 정책은 물론 리더십 스타일까지 문제 삼았다. 파네타는 오바마가 매우 지적이고 복잡한 정보들을 통합할 줄 알며 논리정연한 비전을 제시한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오바마가 너무 자주 리더의 열정보다는 법학교수의 논리에 의존한다고 꼬집는다. 확신을 갖고 어떤 사안을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논리를 꼬치꼬치 따지고 혹시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형이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주로 2011년 이라크 철군, 2012~13년 시리아 반군 지원 및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 등을 둘러싸고 보인 오바마의 행보를 두고 내려진 것이다.

파네타가 내린 오바마 리더십 스타일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핵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오바마의 리더십 스타일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1기 때 2·29 합의를 시도하긴 했으나 북한의 권력교체기에 벌어진 불완전한 협상이었다. 2기 들어 대표적인 대화파로 불린 존 케리 국무장관이 입각한 뒤 행정부 안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백악관이 요지부동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바마가 있었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이 중동 지역만 맴도는 것은 오바마의 관심이 거기에 가 있는 탓이다.

안팎의 비판에도 아랑곳 않던 오바마가 ‘이슬람국가’(IS) 부상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대외정책에서 강한 개입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대외정책이 당장 북핵 문제에도 적용되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제아무리 미국이 세계를 호령한다고 해도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을 벌이고 이란과 힘겨운 핵협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북핵 문제까지 건드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물론, 기회는 불시에 찾아올 수 있다. 백악관은 언제나 대외정책에서 국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업적을 찾는 만큼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이 수렁에 빠지거나 한다면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때를 기다릴 만큼 한반도 정세가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평화의 해법은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 고위급의 방남을 계기로 터진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진전을 보려면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조치 해제까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들 사안과 관련해 자꾸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한 관리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엔 제재 결의안의 ‘벌크캐시’(대량 현금) 조항에 걸린다고 보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 조항조차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개성공단을 통해서도 현금이 북한으로 가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미국은 별 신경도 쓰지 않는데 우리 정부가 지레짐작으로 미국이 반대할 거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금강산 관광 재개를 회피하고자 공연히 미국 핑계를 댄 것으로 여겨진다. 남북한이 함께 통큰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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