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대북제재, 남북관계 韓美 조율되고 있나
북한의 핵무기 자진 포기는 환상이므로 북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요지의 미국 정부 입장이 워싱턴에서 연일 튀어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심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고, 미 재무부는 금융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이처럼 펄펄 뛰는 것은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이 촉매가 됐으며 북한이 핵 고수와 악행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 측의 대북 강경기류는 공교롭게도 새해 초 남북 간 고위급 회담 재개 등 모처럼 조성된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와 회견을 통해 북측과 광복 70주년 공동행사, 설 연휴 이산가족 상봉 등을 던져놨다. 북한 김정은도 신년사에서 “남북 최고위급 회담(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15일쯤 북측으로부터 장관급 회담 제의에 대한 응답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표현한 적이 있으나 그대로 지나갔다. 남북관계가 썰렁해지고 있어 올해도 자칫 남북관계에서 되는 게 없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따라서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 전에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살필 입장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북측이 해킹으로 먼저 도발했으니 미국이 마땅히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굳이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남북 문제가 영향받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국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클 것이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면서도 “비핵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단서를 달아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대화는 지지하기 어렵다는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 외교부는 한•미 간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불식시키려 워싱턴을 방문해 입장 차를 줄일 용의가 있다는 언질을 했다. 외교부는 한•미 간에 물 샐 틈은커녕 빛 샐 틈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미국 대북제재가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는 높아 보인다. 한국의 입지와 신뢰 확보를 위해서도 한•미 의견 조율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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