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Mess with Public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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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안전에 관한 한 타협 않는 미국

입력 2015-01-28 20:42:28 | 수정 2015-01-29 01:09:29 | 지면정보 2015-01-29 A34면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지난 26일 밤(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은 고립된 섬으로 변했다. 외부와 연결되는 다리와 터널은 오후 11시에 모두 봉쇄됐고,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졌다. 대중 교통인 버스와 통근열차는 물론 24시간 운행되는 지하철도 멈췄다.

뉴욕시에 유례없는 ‘셧다운’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역대 최악의 눈폭풍이 상륙한다는 기상예보 때문이었다. 미국 기상청은 시속 80㎞의 허리케인급 강풍을 동반한 눈폭풍이 1m에 가까운 눈을 뿌릴 것이라며 경보를 발령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지금까지의 경험은 모두 잊어야 한다”며 만반의 준비를 독려했다.

관공서는 물론 월가 금융회사들도 오후 들어 직원들을 조퇴시켰다. 일부 회사는 27일에도 휴무를 결정했다. 상점과 커피숍까지 문을 닫아 365일 불야성을 이루던 타임스스퀘어도 가로등과 광고판만 켜진 채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결과는 기상청의 대형 오보로 판명됐다. 최소 60㎝가 넘는 눈이 쌓일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27일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쌓인 눈은 20㎝도 안됐다. 언론은 뉴욕시가 하루 폐쇄될 때마다 7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과잉 대응을 꼬집었다. 한 방송은 “수천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고 2만4000개의 식당과 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발목 정도 잠기는 눈에 시 전체를 봉쇄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27일 아침 “잘못된 판단으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내놨다. 그러나 더블라지오 시장은 “유감 표명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며 기상청을 두둔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띈 점은 결과를 떠나 미국 재난 대처 시스템의 효율성이었다. “상황이 발생하려면 12시간이나 남았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속한 결정이 이어졌다. 행정명령 하나로 계엄령이나 다름없는 통행금지가 내려질 뿐 아니라, 시민들도 예외 없이 신속하게 명령에 따르는 전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미국에서 자연재해와 관련해 ‘발생할 것이냐, 아니냐’는 정부 당국자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며 “시민의 안전에 관한 한 타협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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