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 Goes for Tax Increase While South Korea Goes for Tax Decr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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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은 부자증세, 한국은 부자감세 / 박현

OPD: Feb 26 2015

미국은 감세정책의 ‘원조’ 국가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초반 이른바 ‘공급주의 경제학’에 매료돼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감세를 하면 근로·투자 의욕이 고취돼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이것이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는 일부 보좌진의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결과가 달랐다.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도 1980년대 말에 대규모 감세 여파로 재정이 흔들렸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0년대 증세를 하면서 재정을 안정시켰다.

2001년 집권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도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감세를 했다. 그 규모가 10년간 1900조원에 이르렀다. 결과는 대규모 재정적자였다. 2009년 집권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의 급한 불을 끈 뒤인 2013년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증세를 단행했다.

오바마가 취한 증세의 방식은 소득 상위 1%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인상이었다. 이런 부자증세는 30여년 동안 승자독식 경제모델을 추구한 결과 중산·서민층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진 반면 부가 소수에 집중된 ‘1% 대 99%’ 사회로 바뀐 점이 반영된 것이다. 오바마는 더 나아가 내년엔 부자증세의 범위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의 증세 캠페인은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올리는 이익을 외국에 유보해놓아도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래 보수정권은 안정을 중시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반면에, 진보정권은 복지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보수정권이 탕진한 재정을 진보정권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당시 참여정부는 자영업자 소득탈루 등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최대한 복지재원 확보에 나서고, 이것으로도 모자랄 경우 재원 마련 방안은 국민적 논의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증세 논의는 다음 정부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 확대 등을 통해 과세 기반을 넓혀 나름대로 재원을 확충했다.

그러나 정작 다음 정부인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규모 부자감세(연간 약 20조원)를 단행했다. 참여정부 시절 모아놓은 재원마저 그렇게 바닥을 냈다. 이 부자감세는 항구적인 만큼 현 정부에서도 계속 시행하고 있다. ‘감세의 원조’ 미국에선 그 폐해를 깨닫고 부자증세로 방향을 틀었는데도 우리는 이를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을 보면서 과연 우리 정치권이 지난 10년 동안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뭘 했는지 다시 묻게 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먼저 하고, 만일 안 된다면 국민적 합의에 따라 (증세를) 한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라는 최근 최경환 부총리의 말은 10년 전에 들었던 소리와 똑같다. 10년 전 진보정권에서 했던 고민을 보수정권이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문제를 차기 정부로 미루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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