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등 현안 散在…한미동맹 저절로 굳어지지 않는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다. 다행히 미 해군 네이비실 출신이기도 한 리퍼트 대사의 의연한 대응, 다수 국민의 성숙한 판단으로 종북 테러범이 의도했던 한•미 균열은 일어나지 않았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 관계와 양국 국민의 우호가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여야 정치인들도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한미동맹이 굳건해질 것”이라고 화답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 저류(底流)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함께 갑시다”라는 리퍼트 대사의 공공외교 이면에는 지난 27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의 발언이 보여주듯 냉랭한 현실이 있다. ‘과거의 적을 비난하는 값싼 정치’라는 지적은 돌출 발언이라기보다 미 행정부와 의회 일각의 기류를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친중(親中)을 의심하고, 일본도 이를 거들고 있다. 실제로 박정부 출범 이후 한•미 사이의 껄끄러운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쌓여 온 것도 사실이다.
일부 현안의 경우, 21세기 동맹의 시험대라고 할 정도로 더 이상 외교적 수사(修辭)로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대표적인 것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다. 여기에다 한•일 관계개선, 대북 정책,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참가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한미연합사의 용산 잔류 문제 등 동맹 현안들이 산재(散在)해 있다. 박정부는 더 이상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선 안 된다.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 적극 협력하고, 중국을 설득해야 할 때다. 한•미 관계를 냉철하게 살피면서 동맹의 진정성을 더 높여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리퍼트 대사의 회복과 함께 한미동맹이 저절로 강화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시이고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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