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핵 합의, 다음은 북한 핵이다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지난 2일 이란의 핵개발 중단에 합의했다.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협상 참가국들이 발표했다. 이 합의는 향후 10년간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의 숫자를 3분의 1로 줄이고,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위한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으며 핵분열 물질도 반입하지 않기로 했다. 중수로 핵발전소는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어려운 경수로로 전환하고, 핵무기 생산 결정 시점부터 실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기간도 기존 2~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대신 미국은 6월30일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는 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로써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이 점거당해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된 지 35년 만에, 2002년 이란 핵 의혹이 제기된 지 13년 만에 이란 핵 문제의 해결은 물론 양국관계 정상화의 길을 열게 되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하에 평화적 핵이용권을 행사하되 핵무기는 개발하지 않기로 한 이번 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평가대로 “역사적 합의”이다. 만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로 중동지역에 핵확산의 도미노가 펼쳐진다면 중동뿐 아니라 세계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그것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평화를 향한 일보 전진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핵폭탄 제조가 목적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국제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역사적 실수”라고 폄훼했다. 국제적 승인 없이 몰래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은 이런 불만을 표출할 자격이 없다. 만일 아랍국가가 핵무기 보유 유혹을 느낀다면 그건 이스라엘의 핵보유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은 갈등과 분쟁을 군사적 대결보다 외교적 해법을 통해 푸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
이번 합의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오랜 적이었던 쿠바에 이어 이란과도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스스로 제시한 외교적 과제를 완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건 적과도 손을 잡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유연한 외교 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업적이다. 그러나 이란이 마지막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아직 화해하지 못한 적이 남아 있다. 북한이다. 미국의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세 차례나 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한은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핵개발을 했다는 점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한 이란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북한에 예외를 적용해서는 안된다. 북한 핵은 이란 핵보다 더 위험하고 그래서 더 시급한 과제이다. 그래서 더욱 북핵 문제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 까다롭다고 지레 포기할 일이 아니다. 위협이 더 크다면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오바마의 외교가 북한에도 적용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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