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IC, 불안한 LA다저스 외에 투자처 못 찾겠나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 LA다저스 구단의 지분 19%를 4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구단주인 구겐하임파트너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데 다음달 말쯤 계약 성사 여부가 결론 난다고 한다. KIC는 지분을 가져도 LA다저스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지만 흑자가 나면 투자금의 10%에 해당하는 배당을 받고, 적자를 봐도 매년 3%의 배당수익을 보장받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적자로 배당금을 못 주면 누적했다가 다음해에 함께 지급하는 누적우선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다저스가 장기간 적자를 지속할 경우 수익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LA다저스는 2006년부터 흑자를 내다가 2013년 이후 연속 적자 행진 중으로 2014년엔 1220만달러(약 132억원) 손실을 냈다. 경기장 개보수와 대형 선수 스카우트 등에 지출을 늘리며 빚어진 결과라는데 2017년부터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스포츠구단 지분 인수가 한국의 국부펀드인 KIC의 투자 대상으로 적절하냐에 안팎의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는 점이다. 일부 중동 국부펀드의 유럽 프로축구구단 투자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운용 원칙을 지켜야 할 국부펀드가 수익이 고르지 않은 스포츠구단에 대한 투자는 흔치 않다. KIC 측은 10년 이상의 중장기 관점에서 미디어,스포츠 등 콘텐츠산업에 대한 대체투자의 일환이라고 강조하는데 국부펀드의 대체투자에는 통상 연 10∼15% 수준의 기대수익률이 나와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LA다저스에서 이를 충족시킬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KIC 규정으로는 투자금액이 5억달러를 넘지 않거나 매입 지분이 20% 미만인 대체투자의 경우 자율적으로 판단토록 돼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이번 투자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의 투자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KIC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절반을 날린 전과를 안고 있지 않나. 더욱이 정치적 논란을 빚은 처신으로 야당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는 안홍철 사장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덮기 위한 목적으로 꺼낸 카드라면 접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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