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 불씨 그대로 둔 한-미 국방장관 회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10일 서울에서 열렸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여러 현안의 가닥이 잡히지 않은 채 논란의 불씨가 그대로 남았다. ‘미국 눈치 보기’를 넘어서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미국이 밀어붙이는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강화 문제가 미흡하게 다뤄졌다. 미국과 일본은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을 통한 ‘군사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틀 속에 한국까지 포함하기를 바란다. 이는 구체적으로 미사일방어(엠디) 체제의 통합 운용과 한-일 군사협력 강화 요구로 표출되고 있다. ‘엠디 강경론자’로 꼽히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에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세 나라 엠디 통합의 중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여기에 일정한 선을 긋는 대신 북한 핵·미사일 억제를 위해서라며 이 약정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밝혔다. 미국과 강조점이 다른 만큼 갈등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일 통합 엠디 체제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일단락하지 않고 이후 논의 과제로 넘겼다.
북한·핵 미사일 능력과 관련한 두 나라의 이견도 해소하지 않았다.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은 며칠 전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했으며, 이를 자신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에 장착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단정했다. 본토를 포함해 북미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책임자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그는 정보당국의 평가라면서도 구체적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9일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핵탄두에 장착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 말이 맞다면 미국이 동아시아 엠디 체제 구축 또는 국방비 확보를 위해 북한의 위협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 국방장관이 이런 이견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무책임하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겨냥해 군사협력 강화를 추구한다. 이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면서 북한 핵 문제를 풀고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우리 입장과 충돌한다. 중국 견제는 한-미 동맹의 핵심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군비증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군사 일변도의 한-미 동맹 강화 또한 끝없는 남북 대결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이런 원칙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Leave a Reply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