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쿠바 정상회동’의 역사적 의미와 남북관계
동서 냉전 체제의 최정점이기도 했던 오랜 ‘적국’ 미국과 쿠바의 두 정상이 59년 만에 얼굴을 맞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각)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비공식 양자 회동을 했다. 미국이 쿠바를 미주지구 정상회의에 처음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은 지난해 12월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넘는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뜻을 모은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간 행보다. 두 나라의 전격적인 국교 정상화 합의는 국제 정치질서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는 쿠바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오랜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쿠바에는 경제개혁과 실용주의로의 노선 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쿠바 점령(1902년)과 쿠바의 사회주의혁명(1959년) 등으로 상징되는 20세기 두 나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보자는 의미였다.
이번 회동으로 국교 정상화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현재 두 나라는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쿠바를 테러리스트 지원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두고 실무협상 중이다. 오랜 적대관계 경험에 비춰볼 때, 정상화 협상이 하루아침에 급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긴 하다. 여전히 미국 정부 안에선 국교 정상화와 테러리스트 지원 국가 해제는 별개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약 열흘 전 미국 등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이란 핵 문제의 해법에 합의한 데 이어, 국제사회엔 연거푸 긍정적 신호음이 울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첫 임기를 시작하며 밝힌 ‘적과의 악수’ 계획은 쿠바와 이란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체적 조건이 달라 똑같은 해법을 곧장 끌어댈 수는 없다 치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엄중한 과제를 시급히 풀어야 할 우리로선 숨가쁘게 진행되는 국제정치 흐름이 결코 ‘남의 일’ 같을 수 없다. 그 출발점은 응당 남북관계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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