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China Sea and US-South Korea All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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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3일(현지 시간) “한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현안을 놓고 미국이 한국에 분명한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한국이 나서야 할 이유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원칙과 법치를 위해서”라고 원칙론을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중(美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만 고수하지 말고 대중(對中) 견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남중국해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데다 가장 많은 선박이 오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 지역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를 국제법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해 갈등이 고조됐다. 한미는 이미 작년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의 유지, 해상 안보와 안전, 항해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남중국해의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독점적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과 다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방미를 앞두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데는 한중 유착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러셀 발언에 “우리의 새로운 역할이나 행동을 촉구한 게 아니다”라며 파문 축소에 급급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건강한 동맹 관계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미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양국의 이해가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미국의 AIIB 창립 반대는 외교적 실패로 드러났다. 남중국해 문제는 우리 안보와 직결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과도 다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전통적 한미 군사동맹의 공고함을 재천명하되 국제법과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고난도 외교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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