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ublicans and the Conservatives and Their ‘Un-Pope-ular’ 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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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과 보수파는 ‘교황님이 불편해’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6950만명의 가톨릭 신도를 가진 미국이 9월22일 프란치스코 교황(78)의 첫 방미를 앞두고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대다수 가톨릭 신도야 교황 방문을 환영하겠지만, 보수적 신도들과 정치권, 특히 공화당은 교황의 방미가 썩 반갑지 않은 눈치다. 불법 이민, 지구온난화 등 미국의 핵심 현안과 관련해 교황은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의견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교황이 단지 자비와 사랑의 메시지만 전달할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한 맥락도 그래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미 직전 가톨릭 강국인 사회주의 쿠바를 사흘간 방문한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50년 만에 극적으로 복원한 조치의 막후에 교황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 등 미국 진보 진영에게 교황은 매우 반가운 손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인들 처지에서 볼 때 매우 낯선 손님이기도 하다. 그는 전임 교황들과 달리 미국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전임자들은 재원이 튼튼하고 영향력도 큰 미국 가톨릭계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개인 자격으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이 생애 첫 미국 방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보수 진영에는 교황이 ‘반미 인사’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가 미국 주도의 세계 자본주의가 낳은 여러 폐단과 과소비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하게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7월 볼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자본주의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입장’을 “악마의 배설물”로 맹비난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세계 도처에 땅 없는 농부, 집 없는 가족, 권리 없는 노동자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자유무역협정, 재정긴축 등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교황은 이런 상황을 ‘새로운 식민주의’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교황의 뼈아픈 경험이 짙게 깔려 있음직하다. 그의 고국 아르헨티나는 2001년 국가부도 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및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양대 국제기구는 자금을 준 대신 혹독한 재정긴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국민의 절반이 빈곤으로 내몰리는 고통을 당했다. 당시 추기경이던 교황은 그 고통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학자로 유명했던 전임 베네딕토 16세나 ‘실천하는 철학자’였던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통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체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황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현실에 반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반미주의자’란 증거는 물론 없다. 성토마스 대학의 교회사 전문가인 마시모 파기올리 교수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미국을 싫어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동의할 수 없다. 교황은 단지 현대 자본주의의 이윤 극대화 성향이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시킨다는 신념을 피력해왔을 뿐이고, 이 같은 인식이 현대 자본주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특히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 논설위원인 메어리 오그레이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교황의 고향은 이념적으로 민족주의·사회주의·조합주의·반미주의 등이 얽혀 있는 20세기의 아르헨티나다. 이런 환경이 미국에 대한 그의 견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폐단에 대한 비판 의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황의 이번 일정 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불법 이민자·노숙자 등 자본주의의 희생자라 할 사회적 약자들을 연이어 접촉한다. 이를테면 교황은 9월24일 오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한 직후 인근 성패트릭 성당으로 이동해 ‘성마리아 식사’라는 이름의 무료 점심을 제공받으려고 모인 사회적 약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중에는 두 살배기 딸과 함께 10년째 노숙 생활을 해온 앙겔린 브라운 씨(26)도 포함돼 있다. 교황은 9월25일에도 뉴욕 유엔본부에서 세계 지도자들과 만난 후 곧바로 불우한 히스패닉 이주민 150여 명에게 달려가 축복기도를 할 예정이다. 미국 내에는 3000만명에 달하는 히스패닉계 가톨릭 신자가 있다.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교황의 행보는 미국 내 반이민 분위기에 일대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9월24일 교황의 미국 의회 합동 연설 주목

교황의 여러 일정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건 9월24일 의회 합동 연설이다. 미국 내에서도 수천만명이 TV 생중계를 시청하리라 보인다. 이 연설에서 교황은 빈곤과 이민 문제를 부각할 가능성이 큰데, 미국 정치권에는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메시지가 담긴 ‘정치적 연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에게는 다시없는 복음이다. 교황은 빈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 역시 촉구하리라 예상되는데, 이는 4500만명 규모인 미국의 극빈층에 커다란 희망의 메시지로 울려 퍼질 것이다.

이 같은 교황의 ‘메시지’에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화당 등 보수파 인사들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한 ‘포괄 이민개혁법안’을 번번이 좌초시켜왔다. 특히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대다수 공화당 대권 주자들은 극렬한 반이민주의자들이다. 특히 트럼프는 최근에도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위한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이뿐 아니다. 공화당은 범지구적 현안인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탄소 배출의 획기적 감축을 골자로 한 오바마의 청정에너지 계획에 반기를 들고 있다. 반면 교황은 지난 6월 회칙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해 초래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급한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금세기에 극단적 기후변화와 전례 없는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이다”라면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부유한 나라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지난 7월에 어렵사리 타결한 핵 합의안에 대해서도 교황은 긍정적이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결사반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인사들은 겉으로는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가톨릭 신자인 젭 부시가 “종교를 통해 정치 영역에 관여해선 안 된다”라고 불쾌감을 보였을 정도다. 우파 인사들은 교황의 행태를 가리켜 ‘교황의 오바마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미 길에 이민 문제부터 경제적 불평등, 난민 위기, 테러리즘, 지구온난화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메시지에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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