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uch Thing as a ‘New Type of Major Power Relations’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92301073809041001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23일(水)

‘신형대국관계’는 없다

이미숙 / 국제부장

22일 미국 국빈방문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미 태도가 2년 전 캘리포니아 서니랜즈 방문 때에 비해 현격히 달라졌다. 2013년 6월 시 주석은 멕시코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코스타리카 방문 후 마지막으로 서니랜즈 랜초미라지에 들러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 취임 후 미국 땅에서 갖는 첫 미·중 정상회담임에도 불구하고 의전의 격을 귀국길에 들르는 형식으로 낮춘 것인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만나 달라고 하니 귀국길에 잠시 인사나 하겠다는 식의 대국주의적 발상이 깔려 있다.

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상호존중과 상생협력의 ‘신형대국관계론’을 제안했다. 말이 제안이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2위가 된 만큼 미국은 주요 2개국(G2)으로서 중국을 대접하라는 통보나 다름없었다. 국제무대에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북아에서만큼은 미국이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요구인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웬 구시대적 발상이냐”며 일축했다. 오히려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번 시 주석의 국빈방문에서는 2년 전에 보였던 공세적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측이 중국의 사이버해킹 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혀도 중국 측은 애써 우호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안보 민감 사안은 뒤로하고 양국 간 경협과 상호투자를 확대해 공감대를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길에는 이례적으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등 경제계 거물 100여 명이 총출동해 협력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2013년 랜초미라지 미·중 정상회담은 시 주석 취임 후 중국사회 전반에 ‘중궈몽(中國夢)’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던 시기에 개최된 것이다. 반면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여전히 힘든 상황이어서 ‘떠오르는 대국 중국, 쇠퇴하는 슈퍼파워 미국’이란 공식이 보편화하던 때였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경제 엔진이 식으면서 중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골칫덩어리 거대 경제국이 된 반면, 미국은 셰일에너지 개발 등에 힘입어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팍스아메리카나 3.0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잘나갈 때에는 ‘권위주의 체제하의 경제 성장’이라는 베이징(北京) 컨센서스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 또한 매력을 잃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역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시장경제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시 주석의 방미 목적을 ‘증신석의(增信釋疑)’로 규정했다. 미·중이 상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신뢰를 높이도록 하겠다는 얘기인데 바꿔 말하면 2년 전과 같은 신형대국관계론을 요구하는 식의 허세는 접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 후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한반도 안보의 중심축은 어디까지나 한·미 동맹이다. 중국의 레토릭에 취해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도하게 상정하는 것은 외교적 망상이다.

musel@munhwa.com

About this pub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