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in Washington: Diplomacy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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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9월은 외교의 달

미국 워싱턴의 9월은 ‘외교의 달’이었다. 지난 22∼27일 미국을 처음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 지도자이지만, 24일 상·하원 합동 연설과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빈곤 퇴치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메시지는 국제정치적 사안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9·25 미·중 정상회담’ 역시 ‘주요 2개국(G2)’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 최대의 외교 이벤트였다. 게다가 시 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은 2013년 3월 취임 이후 처음이었다.

9월 외교전은 28일 유엔총회로 그대로 이어졌다. 시 주석이 유엔총회에 처음 데뷔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0년 만에 유엔 무대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시리아 내전 상황과 유엔 평화유지군 확대, 개발협력, 기후변화 문제까지 온갖 국제정치 현안이 논의됐다. 한국에도 북핵 외교전을 위한 장(場)이 열린 셈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16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데도, 25∼28일 유엔총회 현장을 직접 방문한 배경이다.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 발사 등과 같은 도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한 대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미·일 3국이 29일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한국 등 5개국이 참여한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은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로 즉시 복귀하라”는 내용의 공동 언론발표문까지 내놓은 것도 대북 압박 전략의 일환이었다.

‘9·2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9·25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28일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까지 일련의 외교 행사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는 명확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해야 하며, 북한이 도발을 강행하면 추가 제재와 같은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었다. 특히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 정상회담에서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혔던 기존 입장인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 언급했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이라는 표현도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견고하게 진전시키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북한의 유일한 혈맹 국가인 중국마저도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9월 외교전이 일단락한 상황에서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몽니를 부리고 있다. 지난 27일 평양방송을 통해 “우리의 우주 과학 연구와 실용 위성 제작·발사·관제는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을 시사했다. “우리의 핵 보유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핵·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29일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위태로운 상태에 놓였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10월 도발을 강행하면, 공은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추가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상당히 크다.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진 9월 외교무대에서 내놓은 공약이 기대치를 상당히 높여 놓았다. 시 주석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대로 중국이 ‘책임 있는 이해 당사국’이 될지, 아니면 ‘북한의 혈맹’으로 남을지가 판가름 나는 시점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10월 한반도 정세는 일차적으로 북한에 대한 시험대이지만,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미·일 3국은 급하게 돌아간 9월 외교전의 성적표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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