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S Is Holding a Hot Pot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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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뜨거운 감자 손에 쥔 미국

“미국 경기는 좋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금리까지 올린다고 하는 걸 보면요.” 친한 PD가 지난달 중순 필자에게 던진 말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초미의 관심사다. 9~10월 얘기가 나오다가 ‘연내 인상’ 하더니 지금은 ‘시기상조’라며 아예 내년으로 연기 예측까지 쏟아지고 있다.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릴 때인가? 금리를 올릴 정도로 미국 경제가 탄탄해진 것인가? 미국 정부의 발표만 놓고 보면 금리인상을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실업률은 5.1%로 완전고용 수준까지 잡았다 하고, 금융위기 직후 마이너스대에 머물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작년엔 2.4%나 돼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선은 그 통계치의 신뢰도가 낮다. 노상 중국의 통계를 못 믿는다더니 이제는 미국이 그 장난을 치고 있기에 그렇다. 먼저 GDP 성장률이다. 미국은 그 수치를 올리기 위해 아예 2013년에 GDP 산정 공식을 새로 만들었다. 실업률은 어떨까? 구직 단념자들이 늘어나는데도 실업률에는 잡히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최악의 청년실업을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유수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무작정 놀 수만은 없어 자신의 집 차고에서 온라인 창업을 택한 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다. 그나마 느는 것은 임시직이고 그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진짜로 오르는 것은 있다. 증시와 부동산이다. 돈을 거의 무한정 찍어내서 그렇다. 양적완화를 말한다. 그러니 풀린 돈이 갈 곳은 어디겠는가? 벌처펀드와 같이 해외 아니면 국내 부동산과 증시다. 그러니 거기의 활황을 진정한 경기회복의 바로미터로 보기는 어렵다. 진정한 경기회복이라면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의 삶이 나아져야 한다. 극소수의 부유한 사람들만이 노가 나는 세상을 두고 경기회복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실들이 있다. 먼저, 정부의 발표대로 경기가 나아졌다는데 공립학교 재학생들의 노숙자 수치는 갈수록 늘어만 가니 참으로 이상하다. 작년도 공립학교 홈리스 학생은 약 136만명으로 금융위기 이전보다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지난 9월 말 LA시는 급증하는 노숙자 때문에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극소수 부자와 대규모 투자회사들이 풀린 돈으로 집과 부동산을 사재기하고 증시에서 더 큰 부를 거머쥐는 동안 민초들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진 것을 의미한다. 때로 주식시장은 오히려 실물경제와는 거꾸로 돌아간다. 이번 미국의 경우가 딱 그렇다. 알다시피 미국 증시는 2009년 3월 바닥을 찍고 최근의 중국 증시 폭락 전까지 거의 6년 동안 상승세를 탔다. 모두 양적완화 탓이다. 또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조정국면에 들었던 미국 증시가 실물경제가 안 좋다는 최근 소식에 더 꺼지기는커녕 되레 상승했다. 실물경제가 안 좋으면 금리도 올리지 않고 어쩌면 추가 양적완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이런 기이한 현상을 낳은 것이다.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그리고 간단한 수치 조작으로 위기의 경제를 기사회생시켰다며 정권은 생색내기나 하려 들고, 다른 한편으론 잔뜩 낀 자산거품을 금리인상으로 통제해 보려고 안간힘도 쓰지만 실상은 그것을 단행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 현재의 미국이다. 금리인상의 조건인 경기회복이 전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금리인상을 할 수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그런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연준은 애매모호한 이중적 플레이로 시장을 더욱더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국민들은 유례없이 자신들의 재산을 탈탈 털릴 희생양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에 질세라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해운대에 68억원짜리 아파트가 나왔다는 씁쓸한 소식이다.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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