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구촌 전망대
게재 일자 : 2015년 12월 23일(水)
2016년 미국 대선과 한국
신보영 / 워싱턴 특파원
2016년 미국 워싱턴DC는 가장 바쁜 한 해를 맞이할 전망이다. 4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가 11월 8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대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8년 임기가 끝나는, 사실상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을 정하는 선거다. 2012년 대선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판가름하기도 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오바마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을 8일 앞둔 23일 현재까지도 판도는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선두주자로 올라선 뒤 ‘굳히기’에 들어간 양상이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후보 12명이 난립하고 있다. 뉴욕 출신의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넘게 앞서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의 선거 전문가들 누구도 트럼프의 당선을 전망하지 않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누가 당선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누구도 제대로 답하지 못할 정도다.
한·미 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난감하다. 대북 정책 협력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핵심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택할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아직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지난 8월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3명을 유력하게 전망했는데, 이 중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인사는 지지율 3위의 루비오 상원의원뿐이다. 워커 주지사는 중도 하차했고, 부시 전 주지사는 5%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북핵 문제는 완전히 뒤로 밀쳐져 있다. 지난 19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TV 토론에서 북핵 문제는 실종됐다. 15일 공화당 TV 토론에서도 북한 관련 질문은 딱 하나였다. ‘북한이 수소 폭탄 보유를 선언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하는 질문이었는데, 지명 가시권에서 사라진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과 휴렛팩커드 CEO 출신 칼리 피오리나에게만 던져진 질문이었다. ‘아웃사이더’들의 외교안보 지식을 가늠하는 ‘테스트용’이었다. 사실 미국의 북핵 무관심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다를 바 없다.
문제는 북한의 핵 능력이 증강될수록 안보가 불안해지는 것은 한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완성까지 여전히 시간이 남아있지만, 한국은 이미 북한의 핵 공격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 판도가 어떻든 간에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미 대사관에 떨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미 대사관 서열 1·2위인 안호영 대사와 조현동 정무공사가 내년 봄 임기 3년을 채운다. 정무직에는 임기가 없지만 통상 3년을 정년으로 여기다 보니, 후임 인사에 대한 하마평이 적지 않게 들려온다. 대개 매년 2·8월 이뤄지는 공관장 정기 인사가 2개월여 전 확정되는 관행을 감안하고, 내년 대선을 채 1년 남겨두지 않은 미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쯤이면 이미 후임이 확정돼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선 외교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알되, 미국 정치인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정치적 감각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임명한다 해도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뜸 들이기’ 인사 방식 때문이다. 혹시 너무 숙고하다가 시기마저 놓치는 “장고 끝에 악수”가 될까 두려움이 앞선다.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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