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계 드러낸 한·미·중·일 연쇄 정상회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우리나라와 미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의 핵심 4개국이 31일(미국시각) 연쇄 정상회담을 했으나 여러 현안에서 심각한 이견을 드러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고 동북아 평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나라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 해법 논의가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한·미·일 세 나라는 대북 압박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을 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낼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소통과 협력을 증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일이 대북 제재만 거론한 것은 무책임하다. 중국의 충실한 협력을 얻지 못한다면 핵 문제 해결은커녕 대북 제재에도 구멍이 뚫리게 된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정상회담에서 핵 해법보다 세 나라 안보협력 강화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촉구한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협력’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사실상의 삼각 군사동맹 구축 시도는 동북아 대결구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적인 한·미·일 안보협력이 그 이상의 차원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 한·미·일 안보협력 이슈에 밀려 일본군 위안부 등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가장 크게 입장이 갈린 것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에 ‘사드 배치 확고한 반대’ 뜻을 밝혔다.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다면 ‘한·미·일 대 중·러’라는 전략적 대립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정면 대립했다. 미-중 관계의 앞뒤를 이뤄온 경쟁과 협력이 경쟁 쪽으로 치우친 듯한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연쇄 회담에서 비중 있게 거론된 사안 가운데 남중국해 문제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에 깊이 관련돼 있다. 그만큼 우리의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가 분명하게 중심을 잡고 공생의 길을 넓혀가야 핵 문제를 풀고 동북아 평화 구조를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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