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을 제의해 왔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명분으로 북한과 사실상 대화를 거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의미가 있다. 외신에 따르면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도 트럼프의 발언에 “그렇게 된다면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 취급해 온 트럼프라는 데 있다. 그는 “중국에 김정은을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김정은은 암살보다 더 나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러잖아도 외교·안보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다. 자신의 발언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냉·온탕을 오가는 행보로 한반도 문제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지 일관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트럼프는 지지율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을 3%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만만치 않은 후보다. 북핵 문제는 내년 초 출범하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최우선 외교의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연히 미국 대선주자들과 인맥을 구축하고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 대선 결과에 한반도의 미래가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이 대화와 협상을 바탕으로 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갖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주변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 의존하며 대북 제재에만 몰두해서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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