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ot Stand Idly by Suspected Terrorism at Orlando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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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테러 의심되는 올랜도 난사, 강 건너 불 아니다

지난 12일 새벽(현지시간) 최소 사망자 50명과 부상자 53명을 낸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은 존엄한 생명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점에서 결코 용서하지 못할 반인륜적 행위다. 미 역사상 최악이라는 이번 총기 사건은 지난해 11월과 올 3월 파리·브뤼셀에서 일어난 테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해 더욱 충격적이다.

엄청난 피해 사실만 분명할 뿐 아직은 범행 동기조차 확실치 않다. 범인 오마르 마틴은 동성애를 지독히 미워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 테러단체의 영향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 그가 특정 세력과 공모한 정황은 없지만 범행 직전 911에 전화해 IS(이슬람 국가)에 충성 서약을 했다고 한다.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공산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외로운 늑대’들의 위험을 인식해 오래 대비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으로 미국조차 자생적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지 낱낱이 노출된 꼴이 됐다.

이번 사건은 미묘한 시점에 터져 다방면으로 파장을 일으킨다. 우선 테러가 미국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면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이 내세울 힐러리 클린턴 간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 온 총기규제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분명한 건 지구상 테러가 갈수록 잦아지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 역시 테러 안전지대라고 마음 놓을 수 없다. 4년 전에는 성직자 등으로 위장해 국내로 잠입해 온 탈레반 조직원 3명이 적발됐었다. 한국군이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한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IS가 우리에 대한 공격을 선언한 적도 있다. 이런 터라 우리 역시 늘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나라들과 공동대응해야 한다.

다만 이런 경각심이 이슬람 전체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 신자 중 극히 일부라는 사실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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