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장 이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거부한 데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함으로써 37년 ‘하나의 중국’ 정책을 뒤흔들었다. 심지어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까지 말할 정도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시장경제지위를 거부한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1조1,6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탐색전에서조차 한치의 양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는 양국관계 악화의 불똥이 우리에게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북한에 더 우호적인 입장으로 전환하거나 대북 원조 또는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 심각한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유커 관광, 한류, 현지진출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국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으면 미국이 한국에 대중 압박 전선 동참을 요구하는 난감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보복관세, 쿼터 제한 등으로 미국에 대한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10% 줄어들면 우리나라 수출이 0.36%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게다가 중국 수출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까지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최근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정국불안과 경제침체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이런 시나리오는 최악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양국관계가 극적으로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외교통상 라인을 총가동해 어느 때보다 양국관계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북핵 대응은 미중관계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양국이 인식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양대 강국에 낀 샌드위치가 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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