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and Shadow of Trumponomics and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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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의 명암과 우리

이제 며칠 있으면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신행정부가 출범한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생성·유지돼 온 자유주의적 국제 경제질서와 이를 뒷받침한 세계 안보전략에 역행하는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지난 70여 년간 유지해 온 미국의 세계주의(globalism)와 결별을 의미한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은 “어떤 대가나 부담, 고통이 따르더라도 우방을 돕고 자유주의 수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하고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사를 위원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그리고 이미 그는 기존 국제 규범에 도전하는 보호무역주의적 행동에 나섰다. 포드·GM자동차 회사를 비롯한 주요 미국 회사뿐 아니라 미국 수출을 위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멕시코 투자를 막기 위한 제재가 그 사례다.

우리 수출 기업에 대한 각종 보호주의적 제재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 문제 제기도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 따라서 현재 크게 약화돼 있는 우리 정부 내 통상정책 기획·조정 및 협상조직을 대폭 강화·재정비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일이 시급하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대폭적 세율 인하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등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약속했다. 문제는 이것 또한 보호무역주의의 악순환 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이미 완전고용 수준에 와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미국 연준으로 하여금 단기 금리를 당초 생각보다 빠르게 인상하게 할 수 있다. 이는 강(强)달러 추세에 더욱 힘을 보태게 되고 미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와 경상수지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그 결과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는 더욱 빈번해지고 중국을 포함한 무역 상대국의 무역 보복 조치를 촉발하게 돼 세계 무역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미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상쇄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트럼프노믹스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앞으로 1~2년간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계속 늘어나게 될 재정과 국제수지 적자와 거시건전성 차원의 일부 금융 규제마저 철폐하는 것은 미래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어 미국 경제의 중장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마저 높일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 강화를 위해 필요한 구조조정과 함께 적극적인 경제외교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튼튼한 국제 금융 협력체제를 서둘러 마련해 둬야 한다. 물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안정에 기초가 되는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 유지는 필수적이다.

또한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둔 우리는 트럼프노믹스의 역설(逆說)적 효과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역진적인 세율 조정과 특정 사회간접자본 투자 방식 등과 함께 물가 상승으로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이었던 저소득·저교육 백인 근로자와 일반 서민계층에 혜택보다 오히려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인기영합주의에 취약한 민주주의의 아이러니다.

근로자들과 서민을 위한다는 인기영합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그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외국의 과거 사례는 많다. 소셜미디어와 무책임한 언론매체를 통해 탈진실(post-truth) 현상(광우병 파동의 예)에 쉽게 휘말릴 수 있는 우리 사회에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에 근거한 정론을 펴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다.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의 등장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거시경제적 이점에만 몰두해 미시경제 차원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실직 근로자들의 고충, 빠른 기술 혁신에 따른 근로계층 간 생산성 격차-임금 격차-소득 격차 확대에 따른 양극화, 소득이 정체되고 추락하는 중산층의 불만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소홀히 해 온 소위 경제정책 엘리트의 반성과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없어져야 할 일자리 보호보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강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근로자의 훈련 및 재훈련과 평생교육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 개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기존 산업화 시대의 법과 제도, 여러 사회적 규범 등을 하루속히 바꿔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현재 권력구조에 초점이 맞춰진 정치 개혁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 진정한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 관련법의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경륜 있는 다수의 우수한 인재가 국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중대선거구제와 합리적 비례대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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