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의 중심, 사드에서 평화적 해법으로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어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적으로 달성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해서는 배치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은 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발언 모두 시사점이 크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미국이 현시점에서 군사적 선택을 제외하겠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그는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대북정책에서 제재와 압박 외에도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는 당장 북핵 문제의 해결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북한의 대응 수위를 낮출 수 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대단히 중요하다.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 파괴와 희생을 전제로 북핵을 해결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국이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돌아온 것은 두 손 모아 환영할 일이다. 펜스 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도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 일각에서 불거진 한국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 내 독자 핵개발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셈이다.
펜스 부통령이 사드 배치 방침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한 것은 “사드를 조속히 배치, 운영하기로 했다”는 황 대행의 발언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 측을 배려해 두루뭉술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이지만 사드 조기 배치라는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한국 내 사드 신봉론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군사적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방어무기인 사드를 마치 북핵·미사일 해법의 전부인 것처럼 몰고가는 바람에 빚어진 소모적 사드 논란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펜스 부통령의 방한은 1차적으로 북핵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도록 경고하는 목적도 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마무리한 대북정책의 기조를 한국에 통보하는 기회도 됐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맞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제재와 압박 기조만 고집할 게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과 세부적인 시행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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