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연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외교 안보 핵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과 한·미동맹,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상대국의 기본 인식을 확인하고 북핵 공조를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머지않은 시기에 3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문 대통령은 3국 정상과 통화함으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개월간 이어진 정상외교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일본 정상과 통화하며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배제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무시당하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번 정상외교의 재가동이 한반도 불안 상황을 진정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동맹 강화 및 북핵 공조에 의견을 모은 것이 주목된다. 북한 문제 접근법에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미 간 원만한 공조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북핵 대응 협력을 이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은 물론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압박과 제재, 대화를 병행하는 북핵 해법 구상을 밝히고, 시 주석이 이에 동의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 가운데 대북 제재를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수단으로 규정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상충될 수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이해당사국 간 끊임없는 이견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은 시의적절했다. 한국의 일방적 사드 배치 결정에 강하게 불만을 표명해온 중국에 대해서는 이런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다른 외교사안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사안이지만 이 문제가 한·일 미래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큰 틀의 북핵 해결 구상을 실현할 구체안을 마련해 이를 북한과 주변국들에 제시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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